[예수, 그 낯선 분] 예수, 구약의 예언 성취한 메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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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예수, 구약의 예언 성취한 메시아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6.09.27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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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와 구마 - 4
사진=한상봉

사실 루카 7,21-22에서 예수가 언급한 메시아의 일들은 구약 성경의 예언을 실현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연관성은 예수의 여러 기적들을 통하여 그가 구약의 예언을 성취한 메시아임을 드러낸다는 의미를 가진다.

예수가 열거한 메시아의 일을 가리키는 항목들에서 우리는 구약 성경의 이사 35,5(“그때에 눈먼 이들은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리라”)과 이사 61,1(“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주시니 주 하느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셨다”)의 구절을 떠올리게 된다.

루카 7,22에서 언급된 여섯 요소들은 눈먼 이, 귀먹은 이, 절름발이를 언급하는 칠십인 역 이사 35,5와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과 눈먼 이들이 다시 보는 것을 언급하는 칠십인 역 이사 61,1이 결합된 것이다. 그런데 루카 7,22에서 언급된 여섯 요소들 가운데 “나병환자들이 깨끗해지다”와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다”는 두 가지 요소에 대해서는 이사 35,5; 61,1에서 병행 구절을 발견할 수가 없다.

오히려 “나병환자들이 깨끗해지다”는 마태 10,8에서 언급되는 제자들의 여러 활동들 안에서 발견된다. “앓는 이들을 고쳐 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마귀들을 쫓아내어라.” 한편 루카 7,22의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다”가 메시아 시대의 활동으로 언급되는 본문은 쿰란에서 발견된 4Q521이다. 4Q521의 종말론적 행위들의 목록은 이사 35,5과 이사 61,1 뿐 아니라 시편 146,7-8을 결합한 것이다.

이러한 본문들의 비교를 통해 구약 성경, 쿰란 사본, 그리고 신약 성경 사이의 상호 관련성이 잘 드러난다. 이와 같이 하나의 본문은 다른 본문들과의 대화와 그 영향을 반영한다. 곧 여러 본문들은 문학적인 차원에서 서로 관련성을 가지는데, 학자들은 이것을 본문 상호 관련성(intertextuality)이라고 부른다.

쿰란 사본에는 다양한 구약 성경의 구절들이 인용된다. 사본에는 명시적인 인용 뿐 아니라 구약 성경에 대한 함축적인 암시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문학적인 현상은 신약 성경에서도 발견된다. 구약 성경에 대한 직접적인 인용과 다양한 암시를 통해 구약과 신약의 상호 관련성이 드러난다. 따라서 구약성경과 쿰란 사본, 그리고 신약성경 사이의 본문 상호 관련성은 최근 많은 연구의 주제가 되고 있다.

특히 4Q521과 루카 7,21-22 사이의 문학적 유사성이 분명히 잘 드러난다. 두 본문에서는 “눈먼 이들이 본다.”, “죽은 이들을 다시 살리다.”,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다.” 등이 공통적으로 표현된다. 이들 중 “눈먼 이들이 본다.”와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다.”는 이사 35,5과 61,1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죽은 이들을 다시 살리다”는 루카 7,22과 4Q521 2 ii + 4 12에서만 공통적으로 언급된다.

이러한 문학적인 유사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미국 예일 대학교의 콜린스(J.J. Collins) 교수는 이러한 유사성은 두 전승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곧 콜린스에 따르면, 루카 7,18-23과 마태 11,2-6 본문의 공통의 원천인 <예수 어록>(= Q)의 저자가 이미 4Q521 사본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루카의 본문과 4Q521 사본 사이에는 문학적 유사성 뿐 만 아니라 차이점도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루카 7,21-22에서 언급되는 행위들은 예수가 메시아인 자신의 일들을 나열한 것이다. 반면 4Q521에서 언급된 종말론적인 행위들은 메시아의 도래 이후 일어날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행위들의 주체는 메시아가 아니라 하느님 자신으로 표현된다. 물론 하느님의 행위들은 메시아라는 중개자를 통하여 실현될 수는 있지만, 사본은 명백하게 하느님을 종말론적 행위의 주체로 언급한다.

비록 우리는 루카 7,18-23에 반영된 <예수 어록> 전승과 4Q521 전승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는 없지만, 신약 성경에 나타난 예수에 대한 묘사를 이해하는데 쿰란 사본 4Q521이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Q521이 보여주고 있는 당시 유다이즘의 종말론과 메시아사상은 예수와 그의 활동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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