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현 신부-예수 그 낯선 분]
예수의 일은 하느님 나라를 위한 운동이었다. 그는 하느님 나라에 관하여 가르쳤고 그것의 실현을 위하여 실천하였다. 예수가 실천한 하느님 나라 운동은 사회적 차원을 가진 것으로서 사람과 사람이 모여 이루어진 사회 안에서 현존하는 하나의 사회적 실재이다.
다시 말해 예수의 하느님 나라는 추상적인 개념도, 개인의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일도, 그리고 단지 사후(死後)에 벌어질 어떤 사건도 아니었다. 하느님 나라를 개인의 일로 만들어 버리는 사사화(私事化)는 예수가 실천한 운동의 통합적이고 풍요로운 차원을 축소시키고 제한하는 것이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기존의 질서와 가치에 대한 도전이었다. 예수 당시의 팔레스티나에서 로마 제국의 사회-경제적인 질서는 가난한 민중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제국적 질서에 의한 체제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배제와 불평등을 초래하고, 모든 이의 공동선을 위한 연대 위에 형성된 가족과 마을 공동체들을 파괴하였다.
로마 제국과 이에 결탁한 헤로데 가문이 다스리고 있었던 상황에서 하느님의 나라, 곧 하느님의 통치는 새로운 질서를 의미하였다. 그것은 로마 황제나 헤로데 가문이 아닌 하느님이 직접 이 세상을 다스리신다면 어떤 모습일까, 라는 발상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기존의 질서와 가치에 의한 인간의 사고방식, 가치관, 행동 양식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체제와 구조에 대한 하나의 도전이었다.
그래서 예수는 예언자적인 가르침과 행동을 통해서 로마 제국의 질서와 그것이 피지배 민중에 끼친 영향에 저항하고 도전하였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 선포와 실천은 당시의 정치적이고 사회-경제적인 상황과 여러 측면에서 갈등을 일으켰다. 그는 부와 권력의 집중과 남용에 대하여,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서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배제하는 불의에 대하여, 불평등한 현 상황을 보호하기 위한 폭력의 사용에 대하여 비판하고 저항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기존의 질서와 가치를 뒤엎는 것으로서 전복적이었다.
예수 운동은 저항과 도전으로서의 측면과 함께 대안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예수는 새로운 질서와 가치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실천하였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이스라엘을 다시 새롭게 하기(renewal)였고, 새로운 공동체 운동이었다.
이 대안적 공동체는 예수의 정신과 가치가 실현되는 자리였다. 그리고 이 공동체는 올바른 관계, 즉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자리였다. 따라서 예수가 시작한 대안적 공동체 운동은 다름 아닌 올바른 관계의 회복 운동이었다. 예수의 길은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가로막는 일체의 경계들을 철폐하는 해방과 구원의 길, 새로운 가치와 질서가 실현되는 대안적 길이었다.
예수는 제국적 질서에 도전하면서 이스라엘의 계약 전통이 다시 새롭게 실현되는 공동체를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그는 이스라엘의 해방과 계약 전통에서 출발하여 사회 정의와 생태 정의가 통합되는 평등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하여 행동하였다. 사회적 배제와 불평등에 반대하였던 예수는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공동체의 형성에 투신하였다. 그래서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서로 나누고 섬김으로써 서로를 먹여 살리는 사회-경제적 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평등과 정의, 협동과 연대를 특징으로 하는 “계약의 공동체를 다시 새롭게 하기”이다. 이것이 예수의 사명이었다. 즉 그의 사명은 갈릴래아의 많은 마을 공동체들 안에서, 그리고 그것들을 통하여 하느님의 백성, 곧 대안적 공동체로서의 이스라엘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마을 공동체들 안에서 예수는 제국적 질서의 폭력과 착취에 의해 상처받은 민중들을 치유하고, 허물어진 마을 공동체들을 다시 새롭게 건설하는 일에 투신하였다. 이와 같이 연대와 연민에 기초한 정의롭고 협동적인 대안적 공동체의 형성을 통해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혁을 위한 초대로서 진정한 사회 변혁의 길을 제시한다.
이와 같이 하느님 나라라는 의제를 제안한 예수는 그것을 실현하려 노력하였다. 그 일환으로 그는 당신의 제안에 호응하는 사람들을 모았다. 예수는 이렇게 모인 그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그들 안에서 하느님 나라에 대한 당신의 생각과 가치를 실현하려 하였다. 그리고 그들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운동의 영향력을 넓혀 나가려 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는 하느님의 질서와 가치를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실현하려는 운동을 시작하였던 것이다.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