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다시 읽기, 낯선 시선으로
상태바
예수 다시 읽기, 낯선 시선으로
  • 송창현
  • 승인 2016.04.27 1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수, 그 낯선 분-1
사진/한상봉

우리는 다시 예수에게 길을 물으려 한다. 개인적인 삶의 여정 안에서 만나는 실존적인 질문들과 우리가 살아가는 정치적이고 사회-경제적인 현실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하여, 교회 공동체들이 처한 현실적인 난제들과 지역적이고 지구적인 차원의 생태 위기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우리는 다시 예수에게서 길을 찾으려 한다.

이 작업은 역사적 예수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기억을 전승하는 기록들을 다시 읽음으로써 수행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작업은 역사적 예수 연구의 학문적 연구의 맥락 안에서 연구 방법론, 사료, 성과와 한계에 대한 논의에 참여할 것이다. 우리의 예수 다시 읽기는 비평적인 작업이다. 텍스트 해석을 위한 엄밀한 방법론에 따라 역사적 예수를 읽으려 한다. 그리고 텍스트 연구 뿐 아니라 다양한 고고학적 발굴과 발견도 이 예수 연구에 포함될 것이다.

사실 예수에 대하여 다시 묻는 것은 우리에게 하나의 도전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분에 대한 고정 관념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예수를 보지 않고 우리가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예수만을 찾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듣고 싶은 그의 말만을 듣고, 듣기 싫은 말에는 우리의 귀를 닫아 버리기도 한다. 우리의 관심과 기준에 맞지 않는 예수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사람들은 부분적이고 단편적인 예수의 모습을 전체인양 여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말하는 예수, 언젠가 다른 사람들에게서 들은 그런 예수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예수를 만나려 한다.

‘예수 다시 읽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보는 것이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 예수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존재이다. 이 익숙함은 긍정적으로는 친근함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그러나 이 익숙함은 우리가 그에게서 새로움을 발견하는데 방해물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예수를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가 누구인지를 묻는 것이 별 의미 없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따라서 예수에 대한 다시 읽기를 시도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바로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이다. 이것은 타성에 젖은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곧 신선한 낯설음과 설렘으로 예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 때 비로소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예수, 그 진면목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의 다시 읽기는 새로운 방법론에 의한 예수 연구를 의미한다. 역사적 예수는 기원후 1세기의 팔레스타인 유다인이었다. 예수가 누구인지, 그가 무엇을 가르쳤고 어떤 행동을 하였는지는 당시의 역사적, 사회적 상황 안에서 그것의 분명한 의미가 드러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예수의 생애와 사상, 그의 가르침과 행적이 당시의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상황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찾고자 한다. 이것이 바로 역사적 예수를 찾기 위한 우리의 방법론이다.

기원후 1세기 예수 당시의 이스라엘은 로마 제국의 식민지였다. 로마 제국은 지중해 주변의 세계를 정복하고 그 세계를 위한 가치와 질서를 제공하였다. 그래서 로마 제국의 질서는 예수가 살았던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결정짓는 요인이었다. 그리고 예수 당시의 유다이즘을 우리는 제2성전 유다이즘(Second Temple Judaism)이라고 한다. 이것은 예루살렘의 성전과 율법을 중심으로 한 체제였다. 이러한 역사적, 정치적, 종교적 배경 하에서 예수가 살았고 활동하였다.

따라서 예수 다시 읽기를 시도하는 우리는 기원후 1세기 로마 제국의 식민지였던 팔레스타인에 살았던 유다인 예수를 다시 발견하려 한다. 이 배경에서 우리는 예수의 생애와 사상이 가지는 독창성과 가치를 찾으려 한다. 그래서 “예수는 누구인가?”, “예수가 왜 우리에게 중요한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예수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묻고자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예수에게서 실존적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신앙과 교회 쇄신, 사회 변혁과 생태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전망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 가톨릭대 성서학 교수. 로마 성서 대학원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전공. <사해 사본과 그리스도교의 기원>, <그리스도교 인간이해>,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로 읽기>, <성경의 정의, 평화와 생태학>의 저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