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에게 배제될만한 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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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에게 배제될만한 자는 없다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6.09.13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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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와 구마 - 2

[예수, 그 낯선 분 - 18]

우리는 예수가 선포한 하느님 나라와 그것의 구체적인 실현으로서의 치유와 구마를 이해해야 한다. 예수 당시의 유다인들은 병자, 장애인,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들을 죄인으로 생각하였다. 그들은 종교적으로 부정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 앞에서, 하느님의 영역에서 배제되어야 했다.

죄인이요 부정한 사람들로 간주된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과 접촉하는 것은 부정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주변으로 내몰렸다. 그들은 하느님과도 다른 사람들과도 올바른 관계를 가질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예수 당시의 유다이즘에서는 몸이 더렵혀진 이, 발이나 손이 마비된 이, 다리저는 이, 눈먼 이, 귀먹은 이, 말 못하는 이, 눈에 보이는 신체의 결함으로 더렵혀진 이 등은 제의적으로 부정하기 때문에 모세 율법의 이름으로 메시아 시대의 잔치에서 제외되었고, 공동체로부터 배제되었다.

사진=한상봉

1947-1956년 사이에 사해 서쪽의 유다 광야에 있는 쿰란에서 발견된 고대 사본들은 제2성전 유다이즘 뿐 아니라 역사적 예수 연구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지평을 제공한다. 왜냐하면 쿰란 사본은 예수가 살았던 당시의 팔레스티나 유다이즘을 재구성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제공할 뿐 만 아니라 역사적 예수의 가르침과 행동의 의미와 배경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쿰란 사본은 신약성경과 초대 그리스도교의 기원에 대한 귀중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한다. 1947년 쿰란의 제1동굴에서 첫 일곱 사본의 발견 이후 요르단 문화재 관리국,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 팔레스타인 고고학 박물관이 공동으로 참여한 쿰란 제1동굴에 대한 조직적인 고고학 발굴 작업이 1949년에 진행되었다. 그 결과 여러 단편의 사본들이 발견되었다. 이 사본들은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의 학자들에 의해 1955년에 공식판이 발표되었는데, <회중 규칙서>도 그중의 하나이다.

이 사본은 현재 요르단 암만의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메시아 규칙서>라고도 불리는 <회중 규칙서>(1QSa)는 <공동체 규칙서>(1QS)의 부록이다. 고문서학적 연구에 따르면 <회중 규칙서> 사본은 하스모네아 필체로 기원전 1세기 전반부인 기원전 100-75년경에 필사되었다. 이러한 필사 시기의 추정을 토대로 우리는 <회중 규칙서>가 <공동체 규칙서>와 함께 기원전 2세기 후반부에 저작되었을 가능성을 상정할 수 있다.

<회중 규칙서>의 전체 구성에서 다섯째 부분(1QSa I 27-II 10)은 메시아 공동체에 포함되는 이들과 배제되는 이들에 대한 규정이다. 먼저 공동체에 받아들여지는 사람들의 목록이 열거되고, 공동체에서 배제되는 부정한 이들도 열거된다. 이들은 신체적 결함을 가지거나 늙은이들로서 이방민족들을 정복하기 위한 전쟁에도 참여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1QSa II 3-10의 본문은 종말의 공동체에서 배제되어야 할 사람들을 언급한다.

“사람 몸에 있는 온갖 부정한 것 중의 하나로 더렵혀진 이는 누구든지 이들의 모임 안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이것들로 더렵혀진 이는 누구든지 회중 가운데에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 것이다.

그의 몸이 더렵혀진 이는 누구나, 발이나 손이 마비된 이, 다리저는 이, 눈먼 이, 귀먹은 이, 말 못하는 이, 눈에 보이는 신체의 결함으로 더렵혀진 이, 회중 가운데 바로 설 수 없는 비틀거리는 늙은 이. 이들은 이름난 이들의 회중 가운데[에] 앉기 위해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거룩한 천사들이 그들 [회중 안에]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들 중 [한 사람에게] 거룩한 평의회에 말할 것이 있으면 그들은 [그에게] 개별적으로 질문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회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는 더렵혀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다인들의 배제와 분리와는 대조적으로, 역사적 예수에게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저는 이들, 눈먼 이들은 잔치에 초대해야할 사람들이다.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루카 14,13)

여기에서 우리는 율법에 엄격한 유다인들의 배타성과 역사적 예수의 관용, 관대함 사이의 분명한 차이를 발견한다. 예수가 병자, 장애인,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들을 고쳤다는 것은 이 단절된 관계를 다시 회복시켜 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배제되고 사회 안에서 소외된 이들을 성하게 치유함으로써 그들을 다시 공동체 안에 포함시키고 그 공동체를 회복시켜주었다는 것을 가리킨다.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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