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애와 정의: 친절함으로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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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애와 정의: 친절함으로 부족하다
  • 토머스 머튼
  • 승인 2024.04.01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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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머튼의 삶과 거룩함

그리스도교적 자애는 너무 자주 피상적으로 이해되곤 하는데 그것은 마치 부드러움, 상냥함, 친절함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곤 한다. 당연히 이 모든 것을 포함하고는 있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자애를 그저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으로만 국한시키는 것은 우리의 시각이 편협하고, 우리와 같은 혜택과 위안을 받는 직접적인 이웃만을 해당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개념은 우리의 사랑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교묘히 제외시키고 있는 것이다 - 불행한 이, 고통받는 이, 가난한 이, 결핍한 이, 또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아 그들이 그토록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을 더 많이 가진 모든이들에게 요구해야 하는 이들을 말한다.

정의 없이 자애는 있을 수가 없다. 우리는 자주 자애를 도덕적인 사치로 생각해서 그 실천 여부를 우리가 선택할 수 있고, 하느님 눈에 우리를 선한 사람으로 비추게 하는 것인 동시에 “선한 일”을 해야 한다는 내적인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여기곤 한다. 그런 자애는 덜 성숙한 것이며 어떤 경우 완전히 비현실적인 것이다. 진정한 자애는 사랑이며, 사랑은 이웃의 필요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내포한다. 그것은 도덕적으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엄격한 의무인 것이다.

그리스도와 성령의 법에 의해 나는 내 형제들의 곤궁과 무엇보다도 그가 가장 시급히 필요로 하는 것, 사랑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의무가 있다. 계급, 국가와 인종들간의 관계에 있어 사랑의 부족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가! 더욱 불행한 일은 이런 사랑의 결핍 현상이 그리스도인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 안에서 너무 분명히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스도교는 확실히 불의과 미움을 정당화하도록 요구 받아 왔다.

그리스도 자신은 복음에서 최후의 심판 때에 자애의 행위를 구원의 최종 잣대로 기술하고 계신다. 굶주린 이를 먹여준 사람과 목마른 이들의 목을 적셔준 이, 이방인에게 잠자리를 내어 준 이, 병든 이와 감옥에 갇힌 이들을 방문한 이들은 천국에 들어 갈 것이라고 하셨다: 그들은 이 모든 것을 그리스도께 베풀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굶주린 이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지 않는 사람, 목마른 이들의 목을 적셔주지 않는 사람, 그리고 그 외의 사람들은 그리스도께 베풀지 않은 이들이다: “여기 있는 형제들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곧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마태오 25,31-46).

이 말씀과 사도 요한의 첫째 서간에서 보듯이, 그리스도적 자애는 구체적이고 외적인 사랑의 행위가 수반되지 않는 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자신의 소유물, 시간을 최소한 자기 보다 불행한 이들을 돕기 위해 마음을 쓰지 않는 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름 값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희생은 실질적인 것이 되어야 하며 오만하게 온정을 베푸는 척하는 제스처나 보이며, “가난한 이”들에게 선심을 쓰면서 자신의 자아를 부풀리는 거만한 가부장적 태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재화를 나누면서 마음도 함께 나눠서 공동의 불행과 가난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의 형제애를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자애는 마음이 가난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으로, 그렇게 해야만 불행하고 혜택 받지 못하고 가난한 이들과의 동질성을 가질 수 있다. 어떤 경우 우리는 다수의 불행한 이들을 위해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버려야 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자애에 대한 근시안적이고 잘못된 인식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선을 형식적으로만 하게 만들어 선의를 표시하기 위한 상징적인 행동에 그치게 할 수 있다. 이런 자애는 가난한 이들을 돕는데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 그것은 다만 사회적 불의를 눈감아 주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유지시킬 뿐이다 - 가난한 이들을 그대로 가난하게 만드는데 협조한다는 뜻이다.

 

[원문출처] <Life and Holiness>, 토머스 머튼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 200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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