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놀라운 일들을 행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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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놀라운 일들을 행하는 자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6.09.04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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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17] 치유와 구마 - 1
Mosaic from the Deesis Panel of the South Gallery of the Hagia Sophia (1185-1204).

신약 성경의 복음서들이 서술하는 예수상(像) 중의 하나는 치유자(healer)와 구마자(exorcist)로서의 모습이다. 예수는 나병 환자, 중풍 병자, 손이 오그라든 사람, 하혈하는 부인 등을 낫게 하고, 죽은 이를 살리며, 눈먼 이의 시력을 회복시켜 주고,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들을 깨끗하게 고쳐주었다. 이와 같이 치유 기적과 구마 기적은 예수가 행한 일들 중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치유자와 구마자로서의 예수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신약 성경 이외에 유다인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의 문헌에서도 발견된다. <플라비우스의 증언>(Testimonium Flavianum)이라고 불리는 <유다 고대사> 18권 63-64의 본문은 다음과 같다.

“그 때에 예수라는 현인이 나타났다. 굳이 그를 사람이라고 불러야 한다면 말이다. 그는 놀라운 일들을 행하는 자였고, 기꺼이 진리를 받아들이는 이들의 스승이었다. 그는 많은 유다인들과 많은 그리스인들을 끌어 들였다. 이 사람이 그리스도였다. 우리 가운데 앞선 이들의 고발에 의해 빌라도가 그를 십자가형에 단죄하였을 때, 먼저 그를 사랑하였던 이들은 그에 대한 사랑을 그만두지 않았다. 사흗날 그는 다시 살아서 그들에게 나타났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예언자들이 이 일들과 그에 대해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일들을 말하였기 때문이다. 그를 따라 그리스도인들이라고 불리는 부류는 지금까지 없어지지 않았다.”

이 본문에서 예수를 가리키는 호칭으로 사용된 “놀라운 일들을 행하는 자”는 신약 성경에서 사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비록 이 호칭이 예수에 대한 전체 복음서들의 전승을 대변하지는 않더라도, 예수를 기적 행위자 혹은 예언자로 표현하는 것은 복음서 전승의 가장 초기의 층에 속할 것이다. 예수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바오로 이전의 유다 그리스도교적 전승에 포함되었을 것이다. 즉 예수를 기적 행위자나 구마자로서 유다 팔레스티나의 대중에게 인식되었을 것이다.(루카 24,19; 사도 2,22)

그렇다면 요세푸스의 “놀라운 일들을 행하는 자”라는 표현은 경멸의 의미인가 찬양하는 표현인가? 이 표현이 경멸의 의미라면 기적 행위자 예수는 마술사요 현혹자 혹은 거짓 예언자를 가리킨다. 요세푸스는 <유다 고대사> 20권 97과 169 등에서 테우다스와 어떤 이집트인을 예언자와 사기꾼으로 묘사한다.

“파두스가 유다 총독이었을 때 테우다스라는 사기꾼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소유 재산을 모아 요르단 강으로 그를 따르도록 현혹시켰다. 그는 자신이 예언자이고 요르단 강을 갈라 그들이 걷게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로써 그는 많은 이들을 속였다. 파두스는 그들이 어리석음의 결실을 거두도록 허락하지 않고 기병대를 보냈다. 많은 이들을 죽였고 많은 포로를 잡았다. 테우다스는 생포되어 그의 목이 잘려 예루살렘으로 옮겨졌다. 이것은 쿠스피우스 파두스가 총독이었을 때 유다인들에게 일어난 사건이다.”(<유다 고대사> 20권 97-98)

이 본문은 기원후 44-46년 동안 유다 총독이었던 파두스(Fadus) 당시의 사건을 기록한다. 이 기록에 등장하는 테우다스는 사도 5,36에서 율법교사 가말리엘에 의해서도 언급된다. “얼마 전에 테우다스가 나서서, 자기가 무엇이나 되는 것처럼 말하였을 때에 사백 명가량이나 되는 사람이 그를 따랐습니다. 그러나 그가 살해되자 그의 추종자들이 모두 흩어져 끝장이 났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빌론 탈무드> 산헤드린 43b는 예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전한다. “파스카 전날 저녁에 예수를 매달았다. 40일 전에 전령이 이렇게 외쳤다. ‘그는 마술을 행하고 이스라엘을 현혹하여 빗나가게 했기 때문에 끌려가서 투석형을 당할 것이다. 그를 변호할 사람은 나와서 말하라.’ 아무도 그를 변호하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파스카 전날 저녁에 매달았다.”

<플라비우스의 증언>에 등장하는 “놀라운”이라는 단어는 신약 성경에서 단 한번 루카 5,26에 사용되었으며, “행하는 자”는 신약 성경에서 예수를 가리키는 표현으로는 사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예수에 대한 표현인 “놀라운 일들을 행하는 자”라는 요세푸스의 묘사는 그의 문체와 부합한다.

<유다 고대사> 9권 182에서 엘리사는 “정의로 유명한 사람”으로 “놀라운 일들”을 행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요세푸스는 “놀라운 일들을 행하는 자”를 경멸적인 의미로 사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찬양적인 의미로도 사용하지 않았다. 즉 그는 이 표현을 중립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예수에 대한 “놀라운 일들을 행하는 자”라는 표현은 후대 그리스도인의 가필일 가능성은 없으며, 요세푸스의 진정성을 드러낸다고 말할 수 있다.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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