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마음을 모른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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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마음을 모른 죄
  • 김유철
  • 승인 2023.11.2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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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시인의 만난 시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나쁜 짓들의 목록

-공광규

길을 가다 개미를 밟은 일
나비가 되려고 나무를 향해 기어가던 애벌레를 밟아 몸을 터지게 한 일
풀잎을 꺾은 일
꽃을 딴 일
돌멩이를 함부로 옮긴 일
도랑을 막아 물길을 틀어버린 일
나뭇가지가 악수를 청하는 것인 줄도 모르고 피해서 다닌 일
날아가는 새의 깃털을 세지 못한 일
그늘을 공짜로 사용한 일
곤충들의 행동을 무시한 일
풀잎 문장을 읽지 못한 일
꽃의 마음을 모른 일
돌과 같이 뒹굴며 놀지 못한 일
나뭇가지에 앉은 눈이 겨울꽃인 줄도 모르고 함부로 털어버린 일
물의 속도와 새의 방향과 그늘의 평수를 계산하지 못한 일
그중에 가장 나쁜 것은
저들의 이름을 시에 함부로 도용한 일
사람의 일에 사용한 일

『파주에게』(공광규.2017.실천문학사)

*시를 만난 시인의 말

고해성사
에서 먼저 말해야 할 일
“미안해”

그러하다.

 

김유철 스테파노 
시인. 한국작가회의. 
삶예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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