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만난 시
해바라기
-홍윤숙
언제부터인가
서울에서 자취없이 사라진 해바라기들이
모두 다 어디로 갔는가 궁금했더니
연변 조선족 자치주 가는 길
비암산 일송정 바라보며
쇠락한 비암촌 비포장 도로에
떼를 지어 몰려와 살고 있었다
그 옛날 가난과 핍박으로 고향을 떠나
북으로 북으로 흘러온 유민들
말타고 달리던 평강 평야 용정벌
그 선구자들의 넋을 받아
해바라기 늠름한 기상으로 이민 와 있었다
훤칠하게 큰 키 바람을 가르며
만리 이역 낯선 땅에 튼튼한 뿌리 박고
난세를 견디는 여장부의 기개로 도열하고 있었다
수만리 먼 고향에서 찾아간 형제들을
그리운 눈매로 반겨주고 있었다
여신을 닮은 넉넉하고 당당한 풍채로
북간도의 하늘을 지키고 있었다
『조선의 꽃』(홍윤숙. 1998. 마을)
*시를 만난 시인의 말
‘디아스포라’속에 담긴 눈물을 아는가
이름 지어 부를 수 없는 무정한 세월
무서리 내린 새벽 황토밭에도 뿌리내린 꽃 닮은 사람들
지금도 뿔뿔이 흩어진 피붙이 동포들
우린 해방이 되기나 한 것일까?
그러하다.
김유철 스테파노
시인. 한국작가회의. 삶예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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