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을 닮은 넉넉하고 당당한 풍채로 북간도의 하늘을
상태바
여신을 닮은 넉넉하고 당당한 풍채로 북간도의 하늘을
  • 김유철
  • 승인 2023.09.25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인이 만난 시
KBS역사저널 그날 동영상 캡처
KBS역사저널 그날 동영상 캡처

해바라기

-홍윤숙

 

언제부터인가
서울에서 자취없이 사라진 해바라기들이
모두 다 어디로 갔는가 궁금했더니
연변 조선족 자치주 가는 길
비암산 일송정 바라보며
쇠락한 비암촌 비포장 도로에
떼를 지어 몰려와 살고 있었다
그 옛날 가난과 핍박으로 고향을 떠나
북으로 북으로 흘러온 유민들
말타고 달리던 평강 평야 용정벌
그 선구자들의 넋을 받아
해바라기 늠름한 기상으로 이민 와 있었다
훤칠하게 큰 키 바람을 가르며
만리 이역 낯선 땅에 튼튼한 뿌리 박고
난세를 견디는 여장부의 기개로 도열하고 있었다
수만리 먼 고향에서 찾아간 형제들을
그리운 눈매로 반겨주고 있었다
여신을 닮은 넉넉하고 당당한 풍채로
북간도의 하늘을 지키고 있었다


『조선의 꽃』(홍윤숙. 1998. 마을)

*시를 만난 시인의 말

‘디아스포라’속에 담긴 눈물을 아는가
이름 지어 부를 수 없는 무정한 세월
무서리 내린 새벽 황토밭에도 뿌리내린 꽃 닮은 사람들
지금도 뿔뿔이 흩어진 피붙이 동포들
우린 해방이 되기나 한 것일까?

그러하다.

 

김유철 스테파노 
시인. 한국작가회의. 삶예술연구소 대표

Tag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