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샬롬 "경쟁 보다는 연대를, 이윤 보다는 인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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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샬롬 "경쟁 보다는 연대를, 이윤 보다는 인간을"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6.12.25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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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마태 20,1-16) - 2
빈센트 반 고흐 <아를의 붉은 포도밭>

포도밭에 맨 먼저 고용된 일꾼들과 주인이 생각한 정의는 달랐다. 주인은 장터에 나가 하는 일 없이 서 있는 일용 노동자를 고용한다. 주인은 장터에서 고용되지 못한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생존의 기회를 주는 자비로운 사람이다.

하루 품삯 없이는 맨 나중에 고용된 사람은 살아갈 수 없다. 일몰이 다가오는 오후 다섯 시에도 고용되지 못해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주인은 그를 고용하고 한 데나리온을 준다. 주인은 선하다. 그는 가난한 이를 배려한다. 마지막 사람에게도 하루 양식을 보장한다. 이와 같이 주인의 정의는 마지막 사람에게도 고용의 기회를 주고 동일한 품삯으로써 생계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 정의는 가난하고 변두리로 내몰린 사람들에 대한 배려이고 그것은 자비, 즉 “함께 아파하기”(compassion)를 통해 실천된다. 정의는 특히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인 선택과 그들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참된 정의, 곧 하느님의 정의는 자비와 사랑을 통해 실현된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이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에서 제시하는 대안적인 사회적 비전이다.

성경이 가르치는 사회-경제적 샬롬(평화)의 비전에 따르면, 토지나 다른 자본과 같은 생존을 위한 자원은 하느님의 것이다. 인간은 단지 청지기로서 그것들을 사용할 뿐이다. 따라서 이 자원들은 공동체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자원들에 대한 접근은 개방적이어야 한다. 자원들을 현재 사용하는 이는 청지기이기 때문에 그 자원들은 공동체 안에서 다른 이들에 의해 사용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곧 자원들은 사용자의 배타적인 사용을 위한 것이 아니고, 자원의 생산물은 소유자 자신의 소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처럼 소비와 분배의 구조는 필요에 바탕을 둔다. 성경이 제시하는 평화의 사회-경제적 전망은 필요한 이가 충분함을 가지는 모든 이의 자급자족이며, 억압받는 이나 궁핍한 이가 없는 평등과 정의이다.

성경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은 가난에 대한 저항과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를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성경이 제시하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심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돌봄, 환대, 함께 아파하기, 관대함, 관용, 사회적 연대와 상호 책임성의 실천이다. 결국 이 우선적 선택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진정성이 드러나고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이 실현된다.

살림은 한 개인이나 집안이 삶을 꾸려가는 방식이다. 사람은 살림을 살아가는 존재이고, 삶은 살림을 실천하는 자리이다. 살림을 생활화하여 삶의 일로 삼는 것이 살림살이이다. 살림살이는 죽이지 않고, 죽지 않도록 감싸주고 보살피는 삶의 방식이다. 그래서 우리의 살림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이고 공동체를 꾸려가는 방식인 살림살이는 생명과 살림을 살아가고 실천하는 살리는 일, 곧 살림살이가 되어야 한다. 살림살이를 알뜰하게 잘하는 살림꾼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살림에 투신하는 살림꾼이 되어야 한다. 생명과 살림을 실천하는 우리는 폭력이 아니 평화를, 배제와 지배가 아닌 공존과 연대를, 닫힌 공동체가 아니라 열린 공동체를 선택한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새로운 살림살이에로의 초대이다. 대안적인 사회-경제적 가능성을 추구하는 우리는 지배적 경제 체제의 돈벌이 논리를 거부하며, 경쟁 보다는 연대를, 이윤 보다는 인간에 대한 관심을, 성장 보다는 생태적 완전함과 온전함, 죽음 보다는 생명을, 죽임 보다는 살림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교 신앙은 샬롬과 살림의 실천에로 우리를 초대한다.


송창현 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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