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지혜, 아직 존재하지 않은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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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지혜, 아직 존재하지 않은 신비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7.01.09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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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묵시 - 2

지혜는 인생의 길에 대한 추구이다. 지혜의 주된 관심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어떤 삶이 성공적인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생의 성공과 행복에 대한 다양한 체험들과 깊은 숙고들은 지혜로 축적되고 전승되었다.

고대 근동의 지혜 전승은 수 천 년의 역사를 가진 것으로서, 인간의 다양한 삶의 경험에 기초하여 인생의 성공과 행복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이 지혜 전승은 가정, 왕궁, 학교 등의 다양한 삶의 자리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고대 근동의 지혜 전승은 이스라엘의 지혜 전승에 영향을 주었고, 이스라엘의 지혜 스승들은 국제적 특성을 지닌 지혜 전승을 자신들의 하느님에 대한 신앙 안에서 토착화하였다.

이스라엘 지혜 전승을 기록한 작품이 구약성경의 지혜문학이다. 특히, 솔로몬 임금은 탁월한 지혜의 모델이다. 구약성경의 지혜 문학은 일상생활에서 실천적인 지혜를 추구한다. 곧 구약의 지혜 전승에는 묵시 문학적이고 종말론적인 차원이 없다.

최근의 제2성전 유다이즘(Second Temple Judaism)에 관한 연구는 이미 지혜 문학 전승이 묵시 문학 전승과 결합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즉 새로운 유다 문헌의 증거들은 “유다적인 지혜 문학 전승에는 묵시 문학적 차원이 없다.”라는 이전 일부 학자들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쿰란에서는 구약성경의 지혜 문학 작품 뿐 아니라 그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지혜 문학 전승들이 발견되었다. 이 사본들 중에는 명백히 쿰란-에세네파와 관련이 있는 것들도 있지만, 공동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들도 있다. 이러한 쿰란의 지혜 문학 전승 중에는 1Q27, 4Q184-185, 4Q240-241, 4Q299-301, 4Q420-421, 4Q501-511, 1Q26, 4Q415-418, 4Q423 등이 있다.

쿰란에서 발견된 지혜 문학 전승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교훈 사본>(Instruction) 혹은 <지혜 작품 A>(Sapiential Work A)라고 불리는 1Q26, 4Q415-418, 4Q423의 여섯 사본들이다. 1Q26의 공식판은 밀릭에 의해 1955년에 발표되었고, 제4동굴의 <교훈 사본>(4QInstruction)의 공식판은 스트러그넬(J. Strugnell)과 해링턴(D.J. Harrington)에 의해 1999년에 발표되었다. 이 여섯 사본들은 기원전 1세기 후반에 필사된 것으로, 그 이전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던 지혜 문학 작품들이다. 이 사본들은 실천적인 훈계들을 지혜와 인간 삶에 대한 초월적인 관점을 결합시킨다.

지혜 문학 작품인 4QInstruction의 특징은 일상적이고 실천적인 교훈들을 지혜와 인간 삶에 대한 초월적인 관점과 결합하는데 있다. 이러한 특징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측면으로서 지혜 문학의 전승사적 연구에 새로운 전망을 제시한다. 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개념이 바로 “장차 올 신비”이다. 이 표현은 4QInstruction 중 1Q27 frgs. 1-2 1; 4Q415 frg. 6 4; 4Q417 frg. 2 1.6-9; 4Q418 frgs. 43-45 123 등에서 20회 이상 나타난다.

이들 문헌에서 우리는 “아직 존재하지 않은 신비”라는 매우 중요한 차원을 발견한다. 여기서 지혜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신비라고 표현된다. 곧 지혜는 그것을 충실히 추구하는 사람과 하느님의 지식에 의해 축복받은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그런데 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에 대한 하느님의 결정적인 판단은 미래의 마지막 심판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비는 아직 존재하지 않은 것이고 마지막 계시를 기다리는 것이다. 여기서 지혜는 종말론적인 차원을 가진다. 다시 말해 4QInstruction은 구약성경과 외경의 지혜 문학과는 달리 전통적인 지혜 문학 전승과 종말론적이고 묵시 문학적인 전승을 결합한다. 이것은 새로운 지혜 사상이다. 따라서 4QInstruction은 지혜 문학 전승의 발전 과정을 이해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송창현 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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