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예수는 종말론적 묵시문학적 인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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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예수는 종말론적 묵시문학적 인물인가?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7.01.04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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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묵시 - 1

구약 성경의 지혜 문학은 제2성전 시대에 형성되고 저작되었다. 즉 이 시대는 지혜 문학의 성장을 위한 풍요로운 배경을 제공한다. 히브리어 성경에서 전통적으로 성문서집으로 불리는 책들 중에 지혜 문학에 해당하는 세 권의 책이 있는데, <잠언>, <코헬렛>, <욥기> 이다. 그리고 <집회서>와 <지혜서> 등의 새로운 지혜 문학 작품은 그리스어 <칠십인 역> 성경에 포함된 헬레니즘 시대의 산물이다. <집회서>는 기원전 180년경에 예루살렘의 벤 시라가 히브리어로 쓴 책을 그의 손자가 이집트에서 그리스어로 번역한 것이다. 그리고 <지혜서>는 기원전 1세기에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리스어로 쓰였다.

이와 같이 전승사적인 측면에서 구약 성경 지혜 문학 전승의 배경을 이루는 것이 제2성전 시대의 유다이즘이다. 사해 사본은 이 시기 유다이즘에 대한 직접적인 사료이다. 따라서 사해 사본은 제2성전 시대 유다이즘에 대한 더 풍부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해 사본은 지혜 문학 전승 연구에 있어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였다. 즉 구약 성경의 지혜 문학 전승이 어떻게 변화, 발전되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료가 바로 사해 사본이다.

사해 사본으로 말미암아 유다적 지혜 문학 전승의 문학적 형식에 대한 연구 뿐 아니라 새로운 지혜 개념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유다이즘에 대한 연구는 신약 성경 지혜 문학 전승에 대한 연구 뿐 아니라 역사적 예수 연구에도 새로운 전망을 제공한다.

헬레니즘 시대의 위기와 관련하여 시작된 묵시 문학은 제2성전 유다이즘 안에서 생겨난 하나의 문학 장르이다. 즉 유다인들은 헬레니즘에 의해 야기된 문화적 위기에 대한 응답으로서 유다인들은 묵시 사상이라는 세계관을 가지게 되었다.

고대 근동의 신화들과 히브리적 예언 사상에 기원을 둔 이 묵시 사상은 헬레니즘 시대와 로마 시대의 새로운 도전들에 대한 응답이었던 것이다. 제2성전 시대 중 헬레니즘 시대의 위기와 관련하여 쓰여진 대표적인 묵시 문학 작품은 <에녹 1서>와 <다니엘서>이고, 로마 시대의 위기와 관련된 묵시 문학은 <에즈라 4서>, <바룩 2서>, <바룩 3서>이다.

묵시 사상은 선과 악의 이원론, 천사론과 악마론, 종말론, 우주적 대 이변, 구원, 메시아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이 묵시 사상 운동의 문학적 표현이 바로 묵시 문학이었다. 묵시 문학은 임박한 종말과 천상의 비밀에 대하여 말한다. 이것은 미래와 초월적 세계라는 빛으로 현재의 역사적 상황을 해석하기 위한 것이다. 즉 묵시 문학은 위기의 상황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그 위기의 의미를 해석하고, 그들을 격려하고 위로하기 위한 것이다.

제2성전 유다이즘의 묵시 문학 연구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은 쿰란 사본의 발견이다. 쿰란 사본은 제2성전 시대의 묵시 문학과 묵시 사상 운동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증거를 제공한다. 쿰란에서 발견된 묵시 문학 사본을 통하여 그 전승의 담지자인 쿰란 공동체의 정체, 조직과 생활 그리고 그 사회적 배경에 대하여 알게 되었는데, 이것은 제2성전 시대 묵시 문학에 있어 유일한 경우이다.

제2성전 시대 유다이즘의 묵시 문학 전승은 역사적 예수와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 그리고 신약 성경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세계관, 사고방식, 생활양식, 표현 방법에는 묵시 문학적, 묵시 사상적 요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묵시 사상은 그리스도교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초대 공동체는 제2성전 시대의 묵시 문학과 묵시 사상이라는 해석학적 틀 안에서 역사적 예수 사건을 재해석하였다.

최근에 역사적 예수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다음의 두 가지 상반되는 견해가 존재한다. 첫째 그룹의 학자들은 예수를 묵시 문학적이고 종말론적인 인물로 이해한다. 즉 그의 가르침과 활동은 미래의 하느님 나라에 대한 묵시 문학적인 전망 안에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둘째 그룹의 학자들은 예수를 결코 종말론적이지 않은 현세적이고 지혜로운 현자로 본다. 이들에 따르면, 예수 전승 중에서도 초기의 전승은 비종말론적이고 지혜 문학적인 특성을 가졌는데, 후대의 묵시 문학적 경향이 이것을 변형시켰다는 것이다.


송창현 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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