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도적도 하느님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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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도적도 하느님이라고
  • 한상봉
  • 승인 2016.05.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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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사랑>, 리북, 한상봉 지음 -6
체 게바라

쿠바 혁명의 영웅 체 게바라는 라틴아메리카의 그리스도인 해방 전사들 속에서 신앙이 혁명적일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무신론자로서 민중에게 기쁜 소식이 되려고 온 생애를 불사르며 살다 죽은 게바라에게 하느님은 민중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가 즐겨 애송했다는 레온 펠리페의 시 한 편이 그의 비망록에 적혀 있었다.

그리스도, 제가 당신을 좋아하는 연고는
당신이 별나라에서 내려오셨기 때문이 아니외다.
당신이 내게 가르치기를
인간은
피와

눈물과
불안과 광명을 막고 닫혀진 문들을 여는
열쇠와
연장을 가졌노라고 하셨기 때문이외다.
그러하외다. 당신은 인간이 하느님이라고...
당신처럼 십자가에 달린 가련한 하느님이라고,
골고타에서 당신 왼편에 섰던 못된 도적도
역시 하느님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치신 까닭이외다.

_<해방신학>, 구띠에레즈, 분도출판사에서 재인용

체 게바라에게는, 유신론과 무신론 논쟁은 부질없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나를 움직이는 힘이 사랑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우리의 답변이다. 체 게바라는 「쿠바에서의 인간과 사회주의」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좀 우습게 들릴지 모르나, 무릇 혁명가란 강력한 사랑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사랑이 없이 혁명가란 있을 수 없다. ... 이런 조건과 더불어 혁명 지도자들은 크나큰 인간미를 간직하고 또 정의와 진실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을 지녀야 한다. 그래야만 극단적 교조주의에 떨어지지 않고, 냉혹한 이론에 치우쳐 민중과 동떨어지는 일이 없다. 혁명가들은 자기네 사랑이 하나의 귀감이요 원동력이 되도록 매일같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두고 해방 전사였던 네스토 파즈는 더욱 적절하게 말한다.

"나는 해방을 위한 투쟁이 구세사의 예언자적 노선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믿는다. ... 정의의 채찍이 착취자들의 머리 위에 떨어질 것이다. 자기가 품은 사랑의 힘이 자기를 충동질하여 이웃을 죄악에서 해방시켜야 함을 망각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채찍이 떨어질 것이다. 사랑이 결핍된 곳에 채찍이 떨어질 것이다. 우리는 예수의 피와 부활로 말미암아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간’을 믿는다. 우리는 사랑을 기본법으로 하는 ‘새로운 땅’이 오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신인간’과 ‘신천지’는 오로지 이기주의에 뿌리박은 낡은 체제를 깨뜨리는 데서 가능하다."

그들은 모두 민중 해방의 대의에 헌신하다가 죽음으로써 선의의 사람들에게 아직도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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