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병원, 3차병원에서 1차병원으로 가야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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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병원, 3차병원에서 1차병원으로 가야하는 이유는?
  • 조세종
  • 승인 2016.11.0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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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종 칼럼]

교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마지 않으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19세기말 레오 13세 교황님으로부터 시작된 사회교리는 오늘날까지 120년의 근현세사를 지나면서 다듬어지고 깊어지고 넓어졌습니다. 많은 이들이 여기에 영향을 받았고 사회교리를 근간으로 해서 제도가 만들어지거나 제도에 힘이 붙었습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은 새로운 말씀이 아니며 그 동안의 사회교리에 바탕을 둔 말씀으로 다만 시의에 적절한 말씀입니다. 지도자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교황님께서는 적재적소에 가장 적합한 시기에 맞추어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더욱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아 교황님을 열망하고 있나 봅니다. 더 춥고 더 가난한 사람들이 교황님께 거는 바람이 더 큽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5년 2월 28일에 이탈리아 협동조합 회의에 참석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협동조합 전국조직이 크게 사회주의 계열과 가톨릭 계열로 나누어지는데 사회주의 계열의 레가코프는 1만5천개의 협동조합, 가톨릭계열의 콘프쿱(이탈리아협동조합연맹)은 1만9천개의 협동조합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탈리아협동조합연맹은 1945년에 교황님들의 사회교리 회칙에 따라 단일조직을 이루었습니다. 교황님은 작년에 다섯 가지를 말씀하셨는데 그 중에서 특히 보건의료분야에 있어서는 협동조합과 본당, 병원들의 지원과 연대 네트워크를 이루어 생명에 봉사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사진은 칼럼과 직접 상관 없음

우리나라 의료는 1차, 2차, 3차 병원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1차 의료는 동네 의원으로 2001년에 총 진료비의 75%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2015년 이후에는 그 비율이 30%로 뚝 떨어졌고 지금도 그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2년에 우리나라의 의료현황을 보여주는 자료에서는 인구 1,000명당 333명이 1차 의료, 그 중에서 101명이 2차 의료, 또 그 중에서 35명이 3차 의료를 이용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1차 의료 20%, 2차 의료 7%, 3차 의료 3.5%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앞에서 1차 동네 의원이 급감하고 있는 현실과는 반대로 1차 의료가 계속해서 동네마다 제 구실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1차의료는 세계보건기구에서 강조하듯 주민과의 최초 접촉, 포괄적 치료, 조정기능, 관계의 지속성이라는 특징을 지닙니다. 지역사회에서 주민이 의료와 관계를 맺으면서 치료만이 아니라 만성질환 관리와 예방까지 포함한 가족주치의로 확대해야 건강을 제대로 지킬 수 있습니다. 병원을 이용하는 33%의 사람들만이 아니라 93.9%의 현대인들이 건강에 문제가 있고, 이들을 위한 보건예방에 중점을 기울이는 것이 더욱 건강한 삶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재정적 측면에서도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앞으로 10년 뒤, 2026년에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천만명 시대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중 치매환자가 10%, 1백만 명 예상으로 1명당 2천만 원씩 20조원이 부담된다고 합니다. 치매가 이 정도이고 그밖에 당뇨, 심혈관질환 등 노인성 만성질환이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치료보다는 예방과 치료를 중심으로 지역사회가 돌보는 체제가 필요합니다. 2015년에 교황님이 말씀하신 협동조합과 본당과 병원이 연대하라는 말씀도 이에 관한 말씀이십니다. 무엇보다 1차 의료를 중심으로 자본중심이 아니라 인간중심의 의료가 절실할 때입니다.

이것은 자본중심의 의료를 폄하하는 말이 아닙니다. 자본과 장비를 통해 중증환자들이 건강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가톨릭교회의 병원이 과연 3차 종합병원을 반드시 해야 하는지, 빅5 안에 들어가야 하는 것인지 언제나 의문이 듭니다.

또한 가톨릭교회의 3차 의료기관이라고 하면 남은 수익으로 중세 때 호스피스처럼 가난한 이들의 치료를 조건없이 무료로 해준다든지 하는 구호소의 개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앞에서 말한 대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1차 의료를 향해 과감하게 주민들 곁으로 내려오는 길도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터넷 뉴스를 찾아보니 빅5 종합병원들의 2015년 매출과 수익은 메르스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가톨릭의대 부속병원은 1조 8,802억원의 수입으로 656억원의 흑자를 남겼습니다. 이에 대한 경영공시나 재무제표를 찾아보려고 했으나 찾지 못했습니다. 

 

조세종 디오니시오
소셜경영연구소 소장,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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