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도덕성의 척도, 대구희망원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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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도덕성의 척도, 대구희망원 사태
  • 조세종
  • 승인 2017.03.27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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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종 칼럼]

지난번 대전의 시민단체의 초청으로 대전에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내려왔습니다. 촛불이후, 시민사회의 과제와 역할에 대한 주제로 강연을 했는데, 강연 도중에 김동춘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개혁과제 중에 하나로 기독교(개신교) 보수주의를 꼽았습니다. 김교수는 반공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개신교 보수주의의 원인을 개신교의 종교적 권위주의와 서구식 물질주의의 결합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이들의 윤리의식은 생활윤리와 기독교윤리가 철저히 이분법적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기독교윤리가 생활윤리를 정당화하는 구실로 쓰인다는 것은 대형교회의 세습 문제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지라도, 그들 사이에서 용인이 되는 이유임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우리 천주교는 개신교 보수주의와는 분명히 다른 윤리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종교는 말 그대로 모든 가르침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가르침입니다. 역사적으로도 종교윤리를 바탕으로 사회윤리가 나왔고, 서구의 윤리학은 그리스도교의 윤리학을 근원으로 발전되어 나왔습니다. 그러한 까닭에 가톨릭교회의 윤리는 일반의 윤리보다 엄격하고 철저해야 하며 그러한 윤리를 근간으로 자비와 용서와 사랑의 교회를 세워 온 것입니다.

3월 6일 장애인 단체들이 주한 교황대사관이 가까운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희망원의 인권, 비리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출처=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철들기 전부터 성당의 울타리를 벗어난 적이 없이 가톨릭교회 안에서 성장하고 청장년을 지내면서 요즘처럼 천주교 신자로서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을 느낀 적이 없었을 것입니다. 다른 일이 아니라 대구희망원 때문입니다. 대구희망원은 1980년 이래로 37년간 대구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한 노숙인 장애인 거주시설입니다. 그곳에서 지난 2년간 129명이 사망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현직 사제인 전 희망원 원장이 구속되어 재판 중에 있지만 여전히 진실규명과 부실한 대응에 대한 목소리가 높습니다.

작년 6월 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자의교서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에서는 교회가 교구장 주교의 보호에 맡겨진 가장 약한 이들을 보호하는데 늘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교회법이 허용하는 주교 해임의 ‘중대한 사유’로 주교 직무 수행에서의 ‘태만’을 포함시켰습니다.

“제1조 2항 교구장 주교는 자기가 중대한 도덕적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도, 자기에게 맡겨진 사목 직무에 요구되는 성실에 객관적으로 매우 태만한 경우에 그 직무에서 해임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자의교서를 작성하신 뜻은 물론 성추문과 관련된 교회의 부도덕을 회개하고 근절시키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취약한 장애인과 노숙인의 사망과 관련하여 사제가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의 엄중함에 비추어 볼 때 희망원 사태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을 누구나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전직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국민적 저항을 보면서 지도자의 도덕불감증과 교만함, 그리고 소통의 무능이 국민적 저항의 사유가 되고도 남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국정농단과 함께 304명의 세월호 사망자에 대한 참된 애도와 진실 규명을 끝까지 외면한 대통령을 국민들은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교회의 지도자는 정치의 지도자보다 열 배, 백 배, 아니 만 배쯤은 더 윤리적이고 진실하고 진심으로 애도하고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대구희망원의 희생자를 위해 교회는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밝히고 진심으로 울어야 합니다. 그 가족들을 위로하고 천주교회에 실망한 많은 이들에게 용서를 청해야 합니다. 사실상 이번 사태는 교구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할 만큼 큰 사건입니다. 그 문제의 심각성을 교회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진정성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할 차례입니다. 


조세종 디오니시오
소셜경영연구소 소장,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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