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명상여행] 연민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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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명상여행] 연민의 춤
  • 재마 스님
  • 승인 2016.10.27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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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선 화가 그림 캡처

지난주에 저는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위해 호흡 따라가기 수행을 권해드렸는데, 연결감을 자각해 보는 순간이 있으셨나요? 호흡을 따라 가는 수행을 계속하셨으면 조금이라도 의식이 넓어지고 확장되는 경험을 하셨으리라 상상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의 가슴과 갈비뼈, 견갑골, 관절, 근육들에도 공간이 좀 더 생겼을 거라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어떠셨나요?

호흡을 따라 가다보면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보통 숲이나 산에서 숨을 들이쉬면 신선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숲은 멀고, 공장이 가깝거나 자동차 매연이 가득한 도시에서는 어떻게 신선함을 누릴 수 있을까요? 푸른 화초나, 푸른 나무, 산이 있는 곳으로 우리의 시선을 두고 그 신선한 공기를 초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곤 눈을 감으면서 이 공기에 사랑과 기쁨의 에너지가 가득하다고 상상하면서 숨을 쉬어봅니다. 그러면 이상하리만큼 신선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기뻐집니다.

하지만 숨을 들이쉬었는데,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지거나 어두워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원인 모르게 몸과 기분이 무겁거나, 좋지 않은 상태를 경험하신 적도 있을 겁니다. 저기압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 지구가 아프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또는 그 무거움이 어딘가에서 어떤 존재가 힘들어 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에너지라고 상상해보면 어떨까요?

티베트 불교에는 ‘통렌(tonglen)’이라는 수행이 있습니다. 티베트어로 통은 ‘내보내기, 내려놓기’라는 뜻이 있고, 렌은 ‘받아들이기, 허용하기’라는 뜻이 있습니다. 행복이나 즐거움 등 좋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이나 날숨을 통해 내보내고, 들숨에는 원망과 고통 등 나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이든 들이쉽니다. 세상의 괴로움을 마시고 변치 않는 평화를 내쉬는 수행법입니다.

이 수행법은 타인의 악행이 나의 고통으로 무르익게 하고, 나의 선행은 타인의 행복으로 열매 맺기 바라는 마음을 자라게 합니다. 달라이라마의 영어 통역관이었던 앨런 윌리스는 이 수행법은 “집착을 자애심으로, 혐오는 자비심으로, 무관심은 따뜻한 평등심으로 변형되게 하고, 다른 사람들의 열망, 공격성, 현혹을 스스로 떠맡고 해방과 정화를 시켜준다.”고 했습니다.

또한 통렌수행을 하면 자신이 줄 수 있는 선하고 좋은 것이 점점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것은 아마도 세상과 타인에게 좋은 것을 주면 줄수록 기쁨이 커지면서 더 풍요롭고 행복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티베트의 스승들은 이 수행으로 선악(善惡)과 좋고 싫음, 이익과 손해 등의 이분법적인 개념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들숨날숨으로 행복을 보내고 존재들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을 통해 상호의존적이면서도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이 이 수행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이 수행을 통해 다른 존재를 먼저 배려하고, 마침내는 자신과 타인을 바꾸는데 익숙해지도록 합니다. 결국 자신도 타인도 구분 짓지 않고, 그저 따뜻하게 변화하는 하나의 에너지만 있을 뿐임을 알게 합니다.

이 세상 어디에선가는 우리의 고통을 들이마시며 그들의 지복과 자유를 우리에게 보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대 마음이 무겁거나 어두워질 때는 누군가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것이라 여기며 그 순간 그대 내면의 자유와 행복감을 누군가의 고통과 교환할 수 있으신지요?

이러한 연민심을 키우기 위해 이번 주간은 기도춤을 함께 춰보시면 어떨까요? 누군가에게 기쁨과 내가 가진 좋은 것을 주고 싶을 때 가슴은 따뜻하고 뜨거워집니다. 이때 앉아서 열 개의 손가락과 두 손바닥으로 가슴에 있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것을 쥐어, 내 앞에 있는 누군가를 향해 어깨와 두 팔을 앞으로 뻗어 손바닥을 펴서 내어줍니다.

그리고 펴서 주었던 손바닥에 세상의 아픔을 다시 받아 두 팔로 자신의 심장 쪽으로 가지고 와서 안습니다. 다시 자신의 두 팔과 손으로 심장에 받았던 아픔을 복부와 고관절과 다리를 통과해서 발바닥을 지나 대지의 여신, 땅에게 내려놓고 두 손을 펴는 움직임을 합니다. 이때 느린 맥박의 속도와 리듬으로 ‘아주 천천히, 그런 천천히는 처음 볼 만큼 천천히, 마치 달팽이가 집을 지고 가듯이 천천히’ 이 움직임을 2번 정도 더 반복해 봅니다.

이제 감정이 좀 더 고조되면 천천히 일어나서 오른쪽에 있는 누군가를 향해 자신의 기쁨과 행복, 좋은 것을 두 팔을 뻗어 내어줍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아픔과 고통을 받아 나의 가슴 쪽으로 받아 안는 움직임을 한 후 무릎과 척추를 구부리면서 발아래 땅에 내려놓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왼쪽과 위아래, 앞뒤의 여섯 방향으로 주고받기 움직임을 해봅니다.

각 방향으로 몇 번을 반복 한 후에는 머리가 움직임을 통제하지 말고 몸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맡겨보세요. 이때 가슴이 뜨거워지고 사랑이 솟아나는 음악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이것이 온 세상을 향한 연민춤의 시작입니다.

이번 주간, 저와 함께 고 백남기 농민의 아픔과 세상의 고통으로 마음이 무겁거나 어두워질 때 고요하고 뜨거운 음악을 틀어놓고 연민의 춤, 기도 춤을 함께 춰보실래요?


재마 스님
소마명상여행 길잡이, 중앙승가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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