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세상을 새롭게보는 창문, 예수의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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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세상을 새롭게보는 창문, 예수의 비유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6.10.1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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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ble of the Blind, 1568 - Pieter Bruegel the Elder

그리스도교 신앙은 하나의 보기(vision)이다. 즉 신앙은 존재하는 모든 것 즉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구체적인 방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신앙의 눈으로 세상과 인간을 본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런데 신앙의 눈이란 다름 아니라 예수의 눈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을 보는 것이다.

예수는 전적으로 하느님을 중심에 두고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투신하였다. 따라서 신앙은 예수처럼 사는 것이고, 그분처럼 보는 것이다. 예수는 어떻게 하느님, 인간, 세상을 보았는가? 그의 보기에는 어떤 새로움이 있었는가? 우리는 어떻게, 어디에서 예수의 독특한 관점을 발견할 수 있을까?

예수는 당신 말씀을 통하여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며,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지를 가르쳤다. 그것은 단순히 관습적이고 전통적인 지혜를 답습하고 반복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예수 당시 사람들에게 중요했던 관습적 지혜는 가족, 부, 명예, 정결 등의 가치였다.

특히 유다인들에게 가족은 매우 중요하였다. 가족은 가부장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남자들, 특히 아버지가 권위를 가졌다. 사람들은 이 가족 안에서 생활하였다. 가족은 기본적인 경제적 생산 단위였고 물질적 안전의 기반이었으며 정체성의 원천이기도 했다. 그래서 혈통이 중요시되었다. 남자는 누구의 아들로 알려졌고, 여자는 누구의 딸, 누구의 아내로 알려졌다. 가족에 대한 충실성이 강조되었다.

이와 같이 예수 당시의 유다인들은 전통적 지혜가 가르치는 가치를 중시하며, 관습적 지혜가 가르치는 목표들을 추구하고 안정을 찾으며 살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수는 혈연의 가치가 아니라, 당신이 제안한 새로운 질서와 대안적 가치를 뒤따르고 당신의 삶의 방식을 따라 나선 새로운 가족을 제시하였다. 이것은 새로운 가치 즉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선택한 사람들이 예수를 중심으로 그와의 친교에 바탕을 두고 형성한 새로운 공동체를 의미한다.

이와 같이 예수는 대안적 지혜는 관습적 지혜의 가치들을 상대화시키고 대안적 지혜를 앞세웠다. 사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삶이 성공적인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인 지혜에는 두 부류가 있는데, 하나는 관습적 지혜이고, 다른 하나는 대안적 지혜이다.

관습적 지혜는 모두가 다 아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일종의 문화적 합의로서, 사람들은 그 안에서 사회화된다. 즉 관습적 지혜는 많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늘상 추구하던 가치이다. 이에 반해 대안적 지혜는 관습적 지혜에 의문을 제기하고 지혜의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그래서 대안적 지혜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대안적 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수는 오히려 청중으로 하여금 하느님과 인생을 다른 방식으로 보도록 초대하였다. 그는 사람들이 새로운 시각을 가지도록 가르쳤다. 그래서 기존의 방식을 뒤엎는 전복적 지혜나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는 대안적 지혜를 가르쳤던 것이다.

우리는 일차적으로 신약성경의 복음서에서 읽는 예수의 가르침에서 그의 보는 방식을 만난다. 그것은 결국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서의 지혜이다. 경구(aphorism)라고 불리는 짧은 말씀들과 비유(parable)에서 우리는 예수의 통찰을 만난다. 특히 예수의 비유 말씀은 그가 하느님과 인간 그리고 세상을 보는 방식이 뚜렷이 드러나는 자리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비유는 하나의 창(窓)이다. 그 창을 통하여 우리는 하느님과 인간을 새롭게 만나고,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것을 배운다.

이와 같이 예수는 우리에게 새로운 눈을 제안하고 '새롭게 보기'로 초대한다. 예수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것, 그래서 그의 비전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 신앙이다. 여기에 예수의 새로움과 우리 신앙의 독특함이 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우리에게 예수의 사회적 비전을 배우고 실천하도록 초대한다. 즉 예수를 뒤따르는 신앙은 우리 안에서 정의와 평화를 위한 열정을 다시 일깨우고, 대안적 질서와 가치인 하느님 나라를 위해 투신하도록 초대한다. 이 투신은 사회 참여를 위한 행동과 연대 안에서 구체화될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과 교회 공동체의 사회 참여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복음적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다. 결국 이 사회 참여를 통해 그리스도교 신앙의 진정성이 드러나고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이 실현되는 것이다.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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