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명상여행] 기지개 춤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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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명상여행] 기지개 춤추기
  • 재마 스님
  • 승인 2016.10.10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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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가을입니다.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걷고 싶은 계절입니다. 안녕하신지요?

오늘은 대지와 접촉하는 소마(몸, soma)의 지혜를 탐색하는 명상여행입니다. 함께 떠나 보실까요? 몇 십 년전 이 지구에 갓 태어난 우리는 숨 쉬는 것을 시작으로, 배고픔과 배설의 욕구를 울음과 작은 움직임들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갓난아이가 가장 많이 했던 자세는 누워서 잠을 자거나, 양육자의 품에 안겨 젖을 먹거나, 기저귀를 가는 자세였습니다. 그때 우리는 편안했을까요?

갓난아기가 배가 고프다는 것을 느낄 즈음에, 때에 맞춰 엄마의 젖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고, 배설을 했을 때 적절하게 정리가 되었던 아기는 이후 세상을 편안하고 믿을 만한 곳으로 인식하고 마음껏 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배가 고파 아무리 울어도 젖이 들어오지 않거나, 배설을 했을 때도 제 때에 정리가 되지 않았으면 아기가 경험한 첫 세상은 편안하지 않았고, 점점 불만과 좌절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 규칙적으로 때에 맞춰 배불리 먹이거나 배설한 것을 바로바로 정리해도 문제는 있습니다. 배고픔의 아픔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은 이후 삶에서 다가오는 풍랑과 실패를 맞이할 때 참을성과 끈기를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배설을 했을 때 누군가 금방 치워버리는 경험을 했던 갓난아기는 자기가 창조한 것을 가져가버려서 배설하지 않으려는 변비에 걸리기도 합니다. 누군가 자기 것을 가져가 버릴 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갖기 쉽습니다.

아기가 점점 자라면서 엄마 젖꼭지를 물고, 옹아리를 하며, 방구소리와 배설물을 뭉개는 것이 아기의 첫 번째 놀이이며 삶이고 예술입니다. 이 놀이들을 통해 여러 근육과 세포들과 뼈들이 발달하면서 자랍니다. 여러분은 그때 어떠셨나요? 기억나시나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그때 양육자의 보살핌이 어떠했든, 그 갓난아기의 욕구가 잘 채워지지 않았다면 그 아이는 세상을 잘 믿지 못하고 불안감을 자주 겪는 성격이 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의심이 많거나 불만을 자주 터트리는 성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채워지지 않았던 욕구와 함께, 살아오면서 세상과 타인과의 경험에서 채워지지 않았던 좌절된 욕구들을 보살펴주는 움직임 명상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 명상은 직립을 시작한 이래 중력에 반하면서 움직였던 우리 인간의 무거움을 내려놓는 명상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 눕는 자세입니다. 그동안 중력의 무게를 반하려고 애썼던 뼈와 근육, 인대들을 모두 바닥에 내려놓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내가 들고, 쥐고, 지고 있었던 의욕, 집착, 책임감 등도 함께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눕는 자세 동안만이라도 오만가지 생각을 하느라 무거웠던 두뇌를 편안히 쉬게 해줍니다.

들숨과 날숨의 호흡과 몸의 감각에 집중하면서 몸의 어느 부분이 바닥에 닿지 않는지 알아차려봅니다. 만약에 한쪽 어깨가 바닥에서 떠 있다면 그곳으로 숨을 내쉬면서 바닥에 다시 내려놓습니다. 만약에 한쪽 다리가, 발이 떠 있다면 그곳으로도 숨을 내쉬면서 내려놓습니다. 이때 호흡으로 잘 내려놓아지지 않는다면 두 번째 방법을 권합니다.

두 번째는 두 팔을 바닥에 붙인 채 머리 위로 크게 원을 그려 올리며 확장시켜봅니다. 그런 다음 두 다리를 바닥에 붙인 채 아래로 길게 늘어뜨려 봅니다. 그리고 ‘대’자로 벌려 한 없이 크게 확장시키는 기지개를 켜봅니다. 이때 신체의 어느 부위에 어떤 감각이 느껴지는지 알아차려 봅니다. 이러한 동작을 아주 천천히, ‘그런 천천히는 처음 볼 만큼 천천히’, 마치 달팽이가 집을 지고 기어가는 것처럼 해보시길 권합니다. 이때 내가 세상을 얼마나 믿고, 나를 맡길 수 있는지, 내려놓을 수 있는지를 실험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세 번째 방법으로 기지개를 몇 번 키고 난 다음엔 아기 기저귀 가는 자세를 해보세요. 기지개 자세는 세상에 대한 신뢰의 자세라면, 아기 기저귀 가는 자세는 자신을 맡기고 여는 자세입니다. 바닥에 온 몸을 누인 상태에서 두 팔은 양 옆으로 벌려 손바닥을 하늘을 향하게 두고, 두 다리는 무릎을 가슴까지 들어 올려 고관절을 여는 자세입니다.

이것은 가슴과 두 팔과 두 다리를 모두 벌려 세상과 공간을 환영하고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온 존재를 다 여는 자세입니다. 이 자세를 하면서 몸의 감각이 어떤지, 어느 부위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이 느껴지는지, 불편한 감각이 있는지 알아차려봅니다. 만약 불편하다면 아주 천천히 오른쪽으로 돌아누우면서 팔과 다리를 오므려 닫는 태아자세를 해봅니다. 온 몸이 편안해질 때까지 시간을 허락합니다. 그리고 편안해졌으면 다시 반듯하게 누워 하늘과 공간과 온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기저귀 자세를 해봅니다.

다시 불편하거나 다른 감정이 느껴진다면 알아차리시고, 이번에는 왼쪽으로 팔다리를 오므려 천천히 태아자세를 해봅니다. 다시 편안해지면 기저귀 가는 자세로 돌아오는 이 움직임을 반복해보세요, 그러다가 만약 몸이 다른 움직임으로 간다면, 움직이는 대로 어떠한 동작이 나오든지 허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것을 기지개 춤이라 부릅니다.

가능하다면 좋아하는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고,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적어도 15분 이상 기지개 춤을 춰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스스로 잘 했다고 자신의 팔다리와 온 몸을 쓰다듬어 줘보세요.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기지개 춤으로 바닥과 세상과 더 가까워지는 한 주간이 되시기 바랍니다._(())_ 


재마 스님
소마명상여행 길잡이, 중앙승가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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