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방법 - 소마 인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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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방법 - 소마 인식하기.
  • 재마스님
  • 승인 2016.09.0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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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명상여행-1
사진=한상봉

안녕하세요? ‘소마명상여행’ 코너에서 매주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소마명상에서 소마(soma)란 고대 그리스어 ‘소마’(σωμα)에서 나왔는데 ‘총체적인 생명체’라는 뜻입니다. 즉 “살아있고, 스스로를 느끼며, 내면에 대한 인식을 지닌 몸”을 말합니다. 총체적인 생명체는 물질과 정신으로 이루어져 살아 숨 쉬는 존재입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끊임없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이며, 이는 물질의 변화와 관계가 있습니다. 스스로를 느낀다는 것은 스스로의 감각과 느낌을 알아차리는 것인데, 이 감각도 물질적인 변화와 관련이 깊습니다. 오늘은 소마명상여행 첫 번째로 몸(soma)을 이루고 있는 물질에 관한 명상을 안내할까 합니다.

생명체를 이루는 물질을 고대 팔리어로는 루빠(rūpa), 한문으로는 색(色‧form)이라고 번역합니다. 물질이란 사전적 의미로 “일정한 공간을 점유하고 질량을 갖는 것”을 의미하지만, 일어났다 사라지고, 서로 만나 합성하는 변화의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기원전 5세기 엠페도클레스(Empedoklēs)는 모든 물질이 흙, 물, 불, 공기의 네 가지 원소에서 나왔다는 ‘4원소설’을 주장하였습니다. 엠페도클레스보다 조금 앞선 시대에 살았던 불교의 창시자 붓다(Buddha)는 물질의 요소를 엠페도클레스의 4가지 지수화풍(地水火風)에 허공(虛空)의 요소를 더해 다섯 가지로 보았습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그 다섯 가지 요소를 살펴보겠습니다. 땅의 요소는 딱딱하고 견고한 성질을 갖는 몸의 온갖 털과 손발톱, 이, 살갗, 힘줄, 뼈, 장기 등으로 형체를 이루며 확장을 하거나 공간을 차지합니다. 땅의 요소는 감각으로 파악하기 가장 쉬운 물질들입니다. 예를 들어 길을 걸어갈 때 발을 통해 땅바닥의 단단함이나 부드러움을 느끼는데 이 느낌은 땅의 요소를 통한 것입니다.

물의 요소는 혈액과 눈물, 땀, 침, 고름, 가래, 기름기, 관절활액, 쓸개즙, 오줌 등으로 수분과 움직이는 성질을 갖고, 땅의 요소에 의지해서 있습니다. 물의 요소는 결합하여 단단하고 강하게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또한 응집의 특성이 있는데, 예를 들어 피부가 건조하여 갈라지지 않는 것은 수분의 응집하고 잡아주는 특성 때문입니다.

불의 요소는 열기를 말하며, 몸의 온도와 관련된 뜨거움과 차가움이 있습니다. 불의 요소로 인해 몸이 따뜻해지고, 늙어가며, 타버리고, 소화가 가능합니다. 몸이 아플 때는 열이 과해서 소모하고 태워버리는 불의 요소로 인한 것입니다.

바람의 요소는 움직임의 특징을 가진 물질로 물질과 힘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바람은 상승하거나 하강하거나 몸의 움직임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들숨과 날숨을 비롯해서 몸 안에서 온도와 만나 흐름을 유지합니다. 상승하는 바람의 요소 때문에 재채기, 하품, 구토, 딸꾹질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하강하는 바람의 요소가 대변, 소변, 팔다리를 통해 움직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사대로 구성된 몸은 한정된 공간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다섯 번째 허공의 요소는 외부와 통하는 구멍들로 입과 콧구멍, 귓구멍 등 9개의 구멍들이 내부와 외부를 이어주거나, 받아들이고 내보냅니다. 이로써 몸이라고 하는 형체에 한정되지 않는 가능성을 가집니다. 이렇게 물질로 이루어진 우리의 몸은 다섯 가지 요소에 토대를 두고 파생되는 물질의 모음으로 되어 있다고 봅니다. 이들은 인간의 몸이라는 형체를 이루며 정신과 외부와 상호작용하고 있습니다.

붓다는 물질에 대한 명상을 할 때 이 다섯 가지 요소의 성질을 닮는 수행을 하라고 초대합니다. 먼저 땅과 물과 불, 바람, 허공은 모두 마음에 들거나, 들지 않는 감각접촉이 일어나도 그것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는 것을 자각하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땅은 사람들이 씨앗을 뿌리거나, 쓰레기를 버리거나, 똥이나 오줌을 누거나, 물을 뿌려도 모욕을 당했다고 놀라거나 넌더리를 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땅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여 생명을 꽃피웁니다. 물은 드넓은 바다로 가는 동안 함께 흘러가거나, 스스로 변하는 것을 그대로 수용합니다. 불은 어떤 것도 다 태워버리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리고 열기를 내어 그 뜨거움으로 찬 것들을 데웁니다. 바람은 어떨까요? 바람도 마음에 드는 장소와 숲, 나무 등을 가리지 않습니다. 조건과 원인이 맞으면 일어났다 사라집니다. 허공은 그 자체로 텅 비어 있기에 모든 것이 지나가도록 놔두고, 그 형상대로 존재하도록 놓아둡니다.

그래서 땅과 물과 불, 바람, 허공의 깨끗한 것에 집착하지 않음과 더러운 것을 혐오하지 않음을 닮으라고 합니다. 땅, 물, 불, 바람, 허공의 모든 사물과 사건들에 대해 공평하고 평등한 성질을 인식하고 그것을 닮으라고 합니다. 원하는 대상에 집착하지 않고, 원하지 않는 대상에 화를 내지 않는 것이 공평함입니다.

우리의 몸(soma)은 이러한 지수화풍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원하지 않는 대상과 마주하거나 원하지 않는 사건에 휘말릴 때, 우리 몸의 5대 요소를 기억하면서 수용하거나, 놓아버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이것을 경험해 보시기를 초대합니다. 단지 기억하고, 알아차리고, 인식할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지 말입니다. 이것은 깨어있음을 통해 가능한 것입니다.

이번 한 주간 동안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경험할 때 나의 몸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다 사라지는지 관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러한 인식은 정신작용이 함께 일어나야 합니다. 정신작용에 관해서는 다음 만남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주일 동안 몸soma 안의 땅과 물, 불과 바람, 허공의 요소를 잘 알아차려 보시고, 그 성질을 닮는 수행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이는 행복과 행복의 원인이 될 것입니다.
 

재마 (소마명상여행 길잡이, 중앙승가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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