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탕자] 영원히 지속되는 첫 번째 사랑
상태바
[돌아온 탕자] 영원히 지속되는 첫 번째 사랑
  • 헨리 나웬
  • 승인 2019.06.03 0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렘브란트(1606-1670)의 <탕자의 귀환(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

매우 오랫동안, 나는 낮은 자기 평가를 어떤 미덕이라고 생각해왔다. 나는 자존심과 자부심에 관하여 너무나 자주 경고를 받아왔으므로 나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에 대한 하느님의 첫 번째 사랑을 부인하고, 나의 본래의 선함을 무시하는 것이 진짜 죄라는 것을 깨닫는다. 왜냐하면 그 첫 번째 사랑과 나 자신의 본래의 선함을 주장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자아와의 만남을 잃어버리게 되는 까닭이다. 그러면 잘못된 사람들 속에서 파괴적인 탐색을 시작하고 오로지 나의 아버지의 집에서만 발견될 수 있는 것을 잘못된 장소에서 찾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나는 하느님의 첫 번째 사랑과 나의 본래의 선함을 주장하는 이 투쟁에서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인간적인 독단, 경쟁, 그리고 질투 아래에는, 많은 자신감과 심지어 호전성 아래에는 자주 매우 불안정한 마음이 존재한다. 바깥으로 보이는 행동보다 훨씬 더 불안한 자아가 있다. 분명한 재능과 성취로 대단한 포상을 받은 남성 여성들조차 그들 자신의 선함에 관해서는 무척 많은 회의와 의심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주 충격을 받는다. 외적인 성공을 그들의 내적 아름다움의 표징으로 경험하는 대신, 그들은 이런 외적 성공을 개인적 무가치함의 감각을 덮어주는 수단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만일 사람들이 나의 가장 깊숙한 자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만 한다면, 그들은 나에 대한 박수갈채와 칭찬을 당장 멈출 것이다.”

그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과 칭찬을 받는 한 젊은 청년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청년은 친구 한 사람에게서 작은 비판 한 마디를 듣고 절망의 심연 속으로 떨어졌던 경험을 말해 주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청년의 눈에서는 눈물이 솟아 나왔고 온 몸은 고뇌로 일그러졌다. 그는 친구가 그의 방어벽을 부수었고 진짜 자기 모습을 보게 해주었다고 느꼈다. 그것은 추악한 위선자요, 번쩍이는 갑옷 밑에 숨어있는 비열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비록 주위 사람들은 그가 지니고 있는 선물을 부러워하지만 얼마나 불행한 삶을 그가 살고 있는지 깨달았다. 수년 동안 그는 내적인 질문들에 매달려 왔다: “정말 누가 나를 사랑하는가? 정말로 나에게 관심이 있는가?” 그리고 성공의 사다리에서 조금 더 높이 올라갔을 때마다 그는 생각했다: “이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니다. 어느 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이고 그러면 사람들은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청년과의 만남은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예증해 준다. - 결코 그들이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받고 있는지 온전하게 확신할 수 없는 삶이다. 또한 그들은 낮은 자기 평가의 그럴듯한 이유들을 제공하는 끔찍한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다. 필요한 것을 주지 않았던 부모들, 그들을 잘못 대우했던 선생들, 그들을 배신했던 친구들, 그리고 삶에서 위기의 순간에 혼자 떨도록 내버려두었던 교회에 관한 이야기 등등.

돌아온 아들의 비유는 어떤 거부당함을 경험하기 전에 존재했던 사랑에 관하여 말하고 있고, 이후 모든 거부가 일어난 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어머니요 아버지인 하느님의 첫 번째 사랑, 영원히 지속되는 사랑이다. 그 사랑은 모든 인간적 사랑의 기반이요, 아무리 제한적 사랑이라도 그 사랑의 기초를 이룬다. 예수님의 전체 삶과 가르침은 오로지 한 가지 목적만 갖는다. 그분의 하느님이 지닌 고갈될 수 없고 제한이 없는 모성애와 부성애를 드러내고, 그 사랑이 우리 일상 삶의 모든 부분을 이끌어 가는 길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버지의 그림에서 렘브란트는 나에게 그 사랑을 얼핏 보여준다. 그것은 언제나 집에 돌아오는 것을 환영하고 언제나 잔치를 벌이는 사랑이다.

[출처] <돌아온 작은 아들>, 헨리 나웬, 참사람되어 2010년 5월호

*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신다면, 가톨릭일꾼에 후원해 주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