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 요셉, 세상의 아기들을 위한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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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요셉, 세상의 아기들을 위한 방패
  • 한상봉
  • 승인 2018.12.2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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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조연들-10

사람들은 저더러 목수쟁이 요셉이라고 부릅니다.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돌이켜 보면 저는 꿈쟁이 요셉이란 말이 더욱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희 조상 가운데 야곱의 아들 요셉이 있었지요. 그분 역시 에집트로 팔려가서 갖은 고초를 겪었지만, 꿈을 잘 읽을 줄 알아서 전화위복(轉禍爲福)을 이루신 분이지요. 그분처럼 요셉이란 이름을 가진 저는 그 꿈을 통해서 하느님의 엄청난 모험에 동참하게 되었던 거지요.

제가 약혼했던 마리아가 저도 모르는 임신을 하였을 때 저는 어쩔 줄 몰랐습니다. 파혼까지도 생각해 보았는데, 어느 날 꿈에 천사가 나타나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일러주더군요. 그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된 것이라는데 어찌 합니까? 비록 꿈이라지만 너무나 생생했고, 마음에 깊이 담아 두었던, 그렇게 사랑했던 마리아를 버리지 않아도 좋을 빌미가 생겼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 천사는 아마도 제 마음을 먼저 읽을 줄 아는 분이었을 것입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죠. 마리아에 대한 제 사랑이 한 아기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였고, 그 아이가 큰일을 하게 되리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 아기가 제 혈육이 아니라 한들 어떻습니까? 뭐가 문제입니까? 우리가 살아도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죽어야 할 한 백성이라면, 지상의 모든 아이들이 제 자녀라 믿은들 무엇이 잘못이겠습니까? 구체적인 한 아이가 행복해지면 세상의 어느 한구석이 그만큼 아름다워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꿈꾸지 말라고요? 그건 안 돼요. 저는 꿈쟁이라니까요. 꿈꾸지 않는 자는 인생의 중요한 국면을 놓치고 사는 거라고 후대의 칼 융이란 심리학자가 말했다고 하잖아요.

 

존 에버렛 밀레이 [부모의 집에 있는 그리스도] 1849~1850년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서 지상에 초대받지만 부모의 소유가 아니죠. 그 아이들은 우리들의 초대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이라 믿습니다. 하느님의 선물이지요. 그리고 그 아이들은 이윽고 지상에서 뭔가 쓸모를 찾아 부모 곁을 떠나는 법이지요. 제가 문짝이며 걸상이며 수레바퀴를 만들더라도 이게 다 제 소유가 아닌 것과 같지요. 목수가 만든 것이라도 다들 쓸모를 찾아 다른 주인에게 가지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꿈에서 천사가 했던 말은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지요. 아이들을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믿는다면, 그 아이들은 모두가 틀림없이 성령의 힘을 입었을 테니까요? 제 아들 예수 역시 분명히 성령의 힘으로 잉태되었음을 의심할 까닭이 없는 게지요. 그걸 깨닫는 게 중요하겠지요. 아직은 보호가 필요한 이 아이들이 장차 제 사명을 이루도록 돕기 위하여 우리 부모가 존재하는 것 아닙니까? 하긴 부모가 부족해도 하늘이 직접 돕는 경우도 많지요.

어렵사리 예수를 낳았을 때, 어떻게 알았는지 아시아에서 박사 여럿이 찾아왔었는데, 직후에 헤로데 왕이 그 일대의 아기들을 찾아 죽이려 한다는 전갈을  ‘꿈에’ 듣고 알았답니다. 에집트로 피신했다가 마리아의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올 때도 ‘꿈에서’ 천사의 전갈을 듣고 몸을 움직였지요. 꿈은 제게 일종의 길안내자 역할을 해주었던 것이지요. 그러니 오늘 꿈을 꾸게 되거든, 꿈을 무심히 흩어버리지 말고, 곰곰이 새겨 들어 보세요. 인생에서 아주 귀중한 기회를 얻게 될지 누가 압니까?

저는 꿈을 소중히 다루는 사람입니다. 제 아이가 장차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고, 반듯하게 살려고 무진 애를 썼지요. 그러나 세상은 저에게 가혹했고, 로마인들은 누구보다 저희 백성을 괴롭혔고, 삶은 참 고단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찌 합니까? 제 몫은 ‘거기까지’였던 모양입니다. 끝까지 예수와 그 에미를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먼저 이승을 떠나서도, 안타깝게 그러나 흐믓하게 아들과 마리아의 모습을 저승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장한 어머니와 장한 아들이었지요.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일꾼> 편집장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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