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내버릴 수 있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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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내버릴 수 있는 사회
  • 잭 스피어
  • 승인 2016.05.1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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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톨릭일꾼공동체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한 가지 배운 사실은 우리가 무엇이든지 팽개쳐 버리는, 내버리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이든지 버릴 수 있다는 개념들이 너무나 깊이 스며있어서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것이 더 이상 쓸모가 없을 때 우리는 그것을 던지고, 내버리며 눈앞에서 치워 버린다.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자원을 가장 많이 소모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저 월급을 받기 위해서만 일하고, 물건들을 사지만 아직도 충분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세계 어느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돈을 써서 될 수 있는 대로 재빨리 문제를 치워 버리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나라를 폭격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은 죽여버린다, 사형으로.

우리는 그저 모든 것을 부정하고 거부하며 살고 있고, 문제를 대면하고 해결해 보려고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폐기해 버리는 이런 개념은 사람들에게까지 확대된다. 경제적인 가치가 없는 사람들은 또한 중요치 않게 여겨지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폐기해 버린다. 그런 사람들을 감옥에 넣어버리고 길로 내쫓으며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그렇지만 가톨릭일꾼공동체는 우리에게 다른 길을 보여준다. 사회가 버리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다. 어떤 사람이 부서진 가구를 골목길에 버렸다. 가톨릭일꾼공동체의 일꾼이며 재주꾼인 데이비드 스타인이 칼이나 조각칼, 그리고 약간의 사포 등 그저 “간단한” 기구들을 갖고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아름다운 부엌 세간을 만들었다. 아주 정교하고 솜씨가 빼어나서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감탄한다. “이 나무를 어디서 구했어요?” 그들은 나무가 아주 귀하고 특별한 종류라고 생각하며 질문한다. 데이비드는 “예, 골목길에서 발견했어요.” 그는 사회가 쓸모없고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의 가치를 발견한 것이 분명하다.

이 나라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식품은 그냥 버려진다. 왜? 유효 날짜가 지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과일이나 채소가 못 된다고 생각 한다. 그러나 가톨릭일꾼공동체의 사람들은 이렇게 그냥 버려지는 식품의 가치를 발견한다. 그들은 “씻어서 좋지 않은 부분은 잘라내자. 조 금 지난 빵을 먹자. 그래도 영양분은 있으니까.”라고 말한다. 일꾼공동체의 요리담당들은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식품을 아주 맛있는 식품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슈퍼마켓들은 보통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기증 식품코너를 계산대 옆에 마련해서 상자를 놓아두기도 하지만 유효날짜가 지난 빵, 식품들은 자물쇠가 달린 큰 쓰레기통에 넣고 폐기해 버린다. 오래된 것들을 폐기시키는 이유가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것을 사도록 강요해서 회사 이윤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닐까 두렵다. 우리 사회는 책보다 비디오나 휴대폰에 몰두한다. 매일 시와 산문 속의 보물들은 폐기되고 영원히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쓰레기통을 뒤져서 이런 보물들을 구해내는 사람들도 있다. 버려지는 것들 안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최상의 덕이다. 귀중한 자원들을 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매립지에 버려지거나 소각 때문에 일어나는 공기오염을 막아주기도 한다.

가톨릭일꾼공동체에는 우리 사회의 어떤 계층에 의해 폐기물로 여겨지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집, 기관 혹은 종교기관에서 쫓겨난다. 그러나 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이 사람들은 큰 가치를 갖고 있다고 여겨진다. 많은 “버려질 수 있는” 사람들은 현존, 관대함, 유머, 선 행, 에너지와 친절함을 지니고 있는데도, 사회에 의해 가진 것이 없는 초라한 사람들로 비쳐진다. 미국의 많은 사람들은 제3세계 사람들이 힘들게 만든 옷들과 다른 제품들을 구입하지만 색깔이나 스타일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금방 폐기된다. 그러나 가톨릭일꾼공동체 사람들은 버려진 옷들을 아주 창의적으로 이용한다. 구멍을 기우고 어울리게 입어서 아주 멋있어 보인다.

가톨릭일꾼공동체의 가치들은 지속 가능한 세계를 만들뿐만 아니라 잔인한 경제, 정치, 사회 체제 속에서 건강하고도 연민이 가득한 피난처를 제공해준다. 나는 나 자신을 “일꾼공동체의 친구”라고 부를 수 있게 되어 너무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참사람되어> 2010.9.
원문출처: <The Catholic Worker> 2002년 1∼2월, by
잭 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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