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서의 예수 탄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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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서의 예수 탄생 이야기
  • 한상봉
  • 승인 2018.01.0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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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크리스마스-1

예수의 탄생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예수의 공생활에 대한 경험이 낳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반성적 덧붙임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고백한 예수의 진면목을 압축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의미있는 이야기다. 복음서에서 예수의 탄생 이야기는 마태오복음과 루카복음에만 나온다. 그 간단한 개요와 차이점을 먼저 읽어본다.     

마태오 복음의 예수 탄생 이야기

마태오복음에서 예수의 탄생이야기는 예수의 족보 이야기를 빼면 고작 31절에 불과하지만, 루카복음서는 132절이나 할애하고 있다.

마태오복음에서 주인공은 마리아가 아니라 ‘요셉’이다. 주님의 천사는 요셉에게 나타나 마리아를 아내로 맞이하라고, 그 아이는 성령으로 잉태된 아기이며,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분이라고 설명한다.(1,18-25) 이 과정에서 마리아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마태오복음 2장에서도 주인공은 헤로데왕이며, 동방박사들이 보조인물로 나타난다. 동방박사들이 돌아간 뒤에 천사들이 이집트로 피신하라고 일러준 사람도 요셉이다. 헤로데가 죽은 뒤에 천사는 다시 요셉에게 나타나 이스라엘 땅으로 가라고 일러준다. 예수는 베들레헴에서 태어나 이집트에서 이주민으로 살다가, 나자렛에서 자리를 잡고 살았다. 그 후 예수 이야기는 세례자 요한이 등장할 때까지 30년 동안 공백이다.

마태오 복음에서 예수 탄생 이야기는 요셉의 딜레마와 헤로데의 살해음모가 맞물려 있다. 즉, 마태오복음은 기성 정치권력의 대안으로 '메시아인 아기 예수가 등장한다.  

 

보티첼리, <신비의 탄생>

루카의 예수 탄생 이야기

루카복음서에서 예수 탄생 이야기를 주도하는 사람은 마태오복음과 달리 요셉을 비롯한 남자들이 아니라 마리아를 포함한 여성들이다. 즈카르야의 아내 엘리사벳이 세례자 요한을 잉태한 지 6개월 만에 천사 가브리엘이 나자렛 처녀 마리아에게 나타나 아기 잉태의 소식을 알린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을 찾아가 3개월 동안 머물다가 돌아왔다. 이 당시 발설된 것이 ‘마니피캇’이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칙령으로 요셉은 호적등록을 하러 고향인 베들레헴에 갔으며, 여기서 마리아가 마구간에서 예수를 출산한다. 목자가 찾아와 아기 탄생을 축하한다. 그 후 예수는 할례를 받고 정결예식을 드리러 예루살렘에 올라갔다가 시메온과 여예언자 한나를 만난다. 12살 때 예수는 유월절 축제를 지내러 성전에 올라갔다가 학자들과 이야기 하느라 부모와 길이 엇갈려 소동을 빚었다.

루카 복음의 특징은 세례자 요한의 부모에게 1장 전체의 절반 이상인 43절이나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여자인 엘리사벳의 역할이 중요하고, 수태고지의 중심 역시 마리아이고, 다른 복음서에 나오지 않는 여예언자 안나가 등장한다. 또한 세 개의 찬가가 나온다. 즈카르야의 찬가(Benedictus), 마리아의 노래(Magnificat), 시므온의 찬가(Nunc Dimittis)이다. 그리고 천사들이 하늘에서 합창을 한다. 루카 복음은 기성 정치권력의 대안인 메시아 예수가 여자를 포함한 '가난한 이들'과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마태오와 루카복음의 공통점은 예수 부모의 이름과 출생지가 베들레헴이라는 점, 그리고 예수가 하느님의 영에 의해 잉태되었다는 점이다.

초기 그리스도교의 예수 탄생 이야기

80-90년대에 쓰여진 마태오복음과 루카복음이 그리스도교 최초의 문서가 아니다. 최초의 문서들은 바오로 사도가 50년대에 쓴 편지들이며, 여기에는 예수의 기적적인 탄생 이야기가 없다. 바오로는 두 차례 예수 탄생을 언급하지만, 예외적 탄생이 아니라, 예수가 “육신으로는 다윗의 후손”으로 태어났으며(로마 1,3), 예수가 “여자에게서 태어났고, 또한 율법 아래 놓였다”(갈라 4,4)는 것이다. 마태오, 루카보다 먼저 쓰여진 마르코 복음은 물론이고 마태오, 루카복음보다 나중에 쓰여진 요한복음서에도 아예 탄생 이야기가 없다. 예수 탄생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 여부를 묻는 기록이 아니라 예수가 어떤 분인지 ‘의미’를 묻고 답하는 ‘전주곡’이다. 


참고__

<첫번째 크리스마스>, 마커스 보그 & 존 도미닉 크로산, 한국기독교연구소, 2011
<하느님과 제국>, 존 도미니크 크로산, 포이에마, 2010
<예수의 독설>, 김진호, 삼인, 2008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일꾼> 편집장
도로시데이영성센터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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