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태어났을 때, 나자렛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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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태어났을 때, 나자렛에선
  • 한상봉
  • 승인 2018.01.2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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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크리스마스-4

예수가 태어났을 때, 나자렛에선

예수 탄생 시기는 복음서에 따르면, 헤로데 왕이 죽기 직전(기원전 4년)이거나 퀴리니우스 시리아 총독이 호적등록을 명한 때(기원후 6년경)이어야 한다. 그런데 황제는 전 로마제국에 걸쳐 인구조사를 한 적이 없다. 기원후 6년에 로마는 유대와 사마리아를 통치하던 헤로데의 아들인 아르켈라우스를 쫒아내고 직접 통치로 전환했는데, 그때 시리아 총독 퀴리니우스가 인구조사를 한 적은 있다.

문제는 “그래서 모두 호적 등록을 하러 저마다 자기 본향으로 갔다”(루카 2,3)는 루카의 보도는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세금징수를 위해 호적등록을 하는 것인데, 그것은 살면서 세금을 내는 장소에서 등록하는 게 맞기 때문에, 요셉이 굳이 고향으로 갈 필요가 없었다. 또한 요셉은 헤로데 안티파스가 다스리던 갈릴래아 북쪽 지역 나자렛에 살았기 때문에 그곳에서 세금을 내야 했다. 그런데 굳이 시리아 총독 관할의 남쪽 유다 지역으로 내려갈 필요가 없었고, 퀴리니우스는 갈릴래아 지역에 대한 직접적인 권한도 없었다. 또한 유다로 가야 했더라도 가장인 요셉만 가서 등록하면 그만이다. 만삭이었던 마리아 등 식구가 다 갈 필요가 없었다.

학자들은 그래서 예수는 기원전 4년 헤로데 대왕이 죽기 직전에 태어났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헤로데 대왕이 죽자마자,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요세푸스의 <유대전쟁사>에 따르면, 갈릴래아의 수도 세포리스에서 유다(Judas)가 “상당한 추종세력을 일으켜, 왕실 무기고들을 강탈하여 무장한 후에, 다른 야심가들을 공격하여 권력을 잡았다.”

로마제국은 시리아 군단병력을 빼서 투입시켰는데, 시리아 총독 바루스는 4개 군단 가운데 3개 군단을 동원해 폭동을 진압했다. (1개 군단은 약 6000명) 시리아 군단은 아주 공격적으로 가혹하게 진압하며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저항하는 사람을 사로잡고, 세포리스를 불태우고, 주민들을 노예로 삼았다. 세포리스는 나자렛에서 6.5킬로미터(걸어서 1시간 30분 거리)쯤 떨어진 곳이다. 당시 나자렛에서도 숨지 못한 남자와 여자, 어린이들은 살해되거나 성폭행을 당하고 노예가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예수는 자라면서 ‘로마인이 온 해’에 마을에서 벌어진 일을 자주 들었을 것이다.

 

by Giotto di Bondone

예수 족보에 관하여

마태오복음은 아브라함부터 예수에게 내려오는 족보를 언급했으며, 루카복음은 예수로부터 아예 아담에 이르는 족보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로 생각하는 이유는 그의 부활, 세례사건(하느님의 입양), 남다른 잉태, 그리고 족보 때문이다. 이것은 사실상 당시 제국의 통치자였던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족보에 맞대응하는 ‘대항 족보’였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나중에 그의 양자가 된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율리우스 부족’ 가문에 속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쥬피터의 딸 비너스와 그 여신의 인간 배우자였던 안키세스(트로이의 영웅)로부터 시작되어 천 년 이상 계속 이어온 가문의 후예라고 주장했다. 비너스와 얀키세스의 아들인 애네아스(Aeneas)였으며, 그의 아들 율루스(Julus)를 통해 율리우스(Julius) 부족 가문이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은 루카복음에서 예수의 족보가 천년이 아니라 태초로부터 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복음서의 예수 족보는 이른바 ‘프로파간다’(선전)에 속한다.

마리아의 신적인 잉태에 관하여

그리스도교 신앙은 왜 굳이 “처녀에 의한 신적인 잉태”를 주장하는가? 유대인 전승에 따라서, 불임이거나 나이가 많은 부모에게서 잉태된 관례를 따르지 않는가? 설득력 있는 설명은 신약성서에서 예수의 탄생을 로마의 영웅탄생이나 구약성서의 경우보다 격을 높이려 했기 때문이다. 세례자 요한은 불임의 나이 많은 엘리사벳에게서 태어난다. 그러나 예수는 ‘처녀’에게서 태어나게 함으로써 ‘하느님의 개입’을 더욱 극대화한다.

그리스-로마전통에서는 초월적으로 예정된 아이는 여신이 인간 남성과 관계를 맺거나 남신이 인간 여성과 관계를 맺어 잉태된다. 대표적 경우가 옥타비아누스의 잉태 이야기였다. 수에토니우스의 <황제들의 생애>에 따르면, 옥타비아누스의 어머니 아티아가 아폴로 신전에서 예배 중에 잠이 들었는데, 뱀 한 마리가 그녀를 타고 올라왔다. 꿈에서 깨어나서도 그 뱀의 표식이 몸에서 사라지지 않았는데, 열 달 후에 옥타비아누스가 태어났으며, 그래서 그는 아폴로의 아들로 간주되었다.

그런데 예수는 아예 처녀의 몸에 잉태됨으로써 황제보다 더욱 기적적으로 태어난 셈이 된다. 게다가 마리아는 임신 이전에도, 임신 중에도, 출산 후에도 처녀라는 점에서 더욱 탁월하게 신적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하느님은 잉태에 앞서 마리아에게 사전 동의를 구했던 반면에, 아폴로 신은 전혀 그런 예의를 갖추지 않고 일방적으로 아티아를 범했다. 

참고__

<첫번째 크리스마스>, 마커스 보그 & 존 도미닉 크로산, 한국기독교연구소, 2011
<하느님과 제국>, 존 도미니크 크로산, 포이에마, 2010
<예수의 독설>, 김진호, 삼인, 2008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일꾼> 편집장
도로시데이영성센터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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