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나웬]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는 그대로 긍정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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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웬]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는 그대로 긍정하며
  • 헨리 나웬
  • 승인 2017.04.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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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길-24
사진출처=pixabay.com

삶의 잔을 마신다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것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삶이다.” 그러나 또한 “나는 이것이 나의 삶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것이다. 삶의 잔을 마신다는 것은 우리의 고유한 실존, 그 모든 슬픔과 기쁨을 온전히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내면화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은 쉽지 않다. 오랫동안 우리들은 우리자신의 삶을 받아들일 만한 능력이 없다고 느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나은 삶 아니면 적어도 다른 삶을 가지려고 애써왔을 것이다. 자주 우리의 “운명”에 대한 저항이 우리 안에서 일어났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나라를, 우리 부모를, 우리 피부 색깔을, 우리의 성별을 선택하지 않았다. 또한 우리의 성격, 지성, 신체적 용모 혹은 버릇 따위도 선택하지 않았다. 때때로 우리는 우리 삶의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온갖 가능한 일을 해보고 싶다.

우리는 우리가 다른 몸이었기를, 또 다른 때에 살고 또 다른 정신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의 심연에서 울부짖음이 일어난다: “나는 왜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하나? 나는 그렇게 청하지 않았고, 원하지도 않는데 말이야.”

그러나 점차 우리 자신의 실제와 친구가 되어가고, 우리의 슬픔과 기쁨을 연민으로 바라보며, 세상 속에서 존재하는 우리의 고유한 잠재성의 방식을 발견할 수 있게 되면, 항의를 넘어 우리의 삶의 잔을 입에 대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러나 온전히 마실 수 있다.

우리는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할 때 자주 이렇게 말한다; “자, 그런 일이 당신에게 일어난 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것에서 최상을 얻어내세요.” 그러나 “최상을 얻어내는 것”은 잔을 마신다는 것과 다르다.

우리의 잔을 마신다는 것은 단지 나쁜 상황에 우리 자신을 적응시키고 그것을 할 수 있는 대로 잘 이용하려고 노력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의 잔을 마신다는 것은 희망이 가득하고 용감하며 자아확신이 있는 삶의 방식이다.

그것은 세상 속에서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우리가 어떤 존재라해도, 여기에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실제를 직면하며 마음속으로부터 그 실제에 응답하는 것이다.

­「이 잔을 마실 수 있겠는가?」에서


*이 글은 1998년 미국 메리놀 출판사 올비스에서 출판된 <Henri Nouwen>(Robert A. Jonas 구성)을 부분적으로 옮긴 것입니다.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 200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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