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희년 "모든 땅은 하느님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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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희년 "모든 땅은 하느님 소유"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7.03.13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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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경제 - 6

구약 성경에는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안식년과 희년에 관한 규정이 있다. 안식년과 희년의 사회-경제적이고 생태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이스라엘 백성은 여섯 해 동안 경작을 하지만, 일곱째 해는 땅을 위한 안식의 해, 곧 안식년으로 지냈다. 모든 이스라엘 사람의 빚은 탕감 받고 종은 자유롭게 되었다.

안식년을 일곱 번 지나 오십 년째 되는 해는 희년이다. 레위기 25장에는 희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 이 희년에 땅은 쉬어야 하고, 저마다 제 땅과 집을 다시 찾는다. 희년의 규정은 땅의 생명력과 비옥함을 되찾기 위한 것이고, 빚, 감옥살이, 억압, 무력감과 같이 고통 받는 이들을 가난 속에 계속 머물게 하는 것들을 없애는 것이다. 즉 부자의 땅을 몰수하고 지배 계층의 고리 대금 체계를 철폐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구의 자원, 특히 땅은 공정하게 분배되어야 하고, 피할 수 없는 억압과 소외를 동반하는 축적의 경향은 억제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고통 받았던 이스라엘 백성이 이제는 아직도 고통 속에 남아 있는 이들에게 해방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면서 하느님의 선택받은 백성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희년은 모든 창조 세계가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땅은 인간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소유이다. 선물로서의 땅은 인간적인 독점의 대상이 아니다. 땅은 소작료를 받아 돈을 버는 방식으로 부자의 소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스라엘은 땅을 선물로, 유산으로 받았다. 그래서 땅은 공정하게 나누어져야 한다. 땅은 비옥함을 보존하기 위해 그것을 돌보는 인간의 수고를 필요로 한다.

사진출처=pixabay.com

땅의 경작을 쉬게 하는 희년은 이스라엘이 이집트 탈출 이후 광야에서 살았던 때를 상기시킨다. 신명 8,11-18에서처럼,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일상의 생존을 위해 하느님에게 의지해야만 했다. 희년은 이스라엘에게 하느님을 신뢰하도록 초대한다. 땅의 비옥함은 지주에 의한 남용이 아니라 자연을 위한 하느님의 돌보심에서 온다.

이와 같이 땅의 안식인 희년은 땅을 비롯한 창조 세계가 하느님의 소유라는 사실과 인간은 하느님을 신뢰해야 한다는 사실을 증언한다. 땅은 인간이 조종하여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기계가 아니다. 만일 인간이 땅을 적대적으로 취급한다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결국에는 사막화, 황폐화에 이를 것이다.

하느님은 인간이 창조 세계 안에서 존재하고 그것으로부터 분리되지 않기를 원하신다. 희년은 인간과 나머지 창조 세계 사이의 양극화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재창조된 질서를 지향한다. 희년은 인간이 땅과 관계를 맺고, 땅이 인간을 기르는 길을 제시한다. 인간은 땅을 파괴하거나 길들여서는 안 된다. 이것은 인간의 창조적인 과제이고 동시에 지구의 창조적인 역할이다. 이와 같이 희년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을 위한 돌봄과 환경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즉 희년은 우주적 정의를 드러낸다. 여기에 희년의 생태학적 가치가 있다.

희년법은 우주적 질서와 인간적, 사회적 질서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를 증언한다. 그래서 희년 규정은 하느님이 창조 세계와 인간 사회를 위해 무엇을 원하셨는지 고대 이스라엘뿐 아니라 오늘의 우리에게 가르친다. 지구의 자원은 공정하게 분배되어야 하고, 억압이나 소외와 함께 땅이 소수의 지주에 의해 독점되어서는 안 된다.

현대의 기술 발전은 인간이 자연을 통제할 수 있고 그것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다는 의식을 초래하였다. 그로 인한 생태 위기는 우리로 하여금 성경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게 한다. 성경은 사회 정의와 땅을 위한 돌봄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고 가르친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형제, 자매로 돌보는 것과 나머지 창조 세계를 돌보는 것은 분리될 수 없다. 우리가 자연을 돌보는 것은 단지 인간의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하느님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성경이 제시하는 희년의 사회-경제적 차원과 통합적인 생태학이다.


송창현 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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