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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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인가?
  • 참사람되어
  • 승인 2017.01.02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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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람되어-2


나는 무엇?
남들은 가끔 나더러 말하기를
감방에서 나도는 나의 모습이
어찌 침착하고 명랑, 확고한지
마치 자기 성에서 나오는 영주 같다는데

나는 무엇?
남들은 가끔 나더러 말하기를
감시원과 말하는 나의 모습이
어찌 자유롭고 친절, 분명한지
마치 내가 그들의 상전 같다는데

나는 무엇?
남들은 또 나에게 나의 모습이
어찌 평온하게 웃으며 당당한지
마치 승리만을 아는 무사 같다는데

남의 말의 내가 참 나냐?
나 스스로 아는 내가 참 나냐?
새장에 든 새처럼 불안하고 그립고 약한 나
목을 졸린 사람처럼 살고 싶어 몸부림치는 나
색과 꽃과 새소리에 주리고
좋은 말과 따뜻한 말동무에 목말라하고
방종과 사소한 굴욕에도 떨며 참지 못하고
석방의 날을 안타깝게 기다리다 지친 나
친구의 신변을 염려하다 지친 나
이제는 기도에도, 생각과 일에도
지쳐 공허하게 된 나다

이별에도 지쳤다 이것이 내가 아닌가?
나는 무엇?
이들 중 어느것이 나냐?
오늘은 이사람이고 내일은 저사람인가?
이들이 동시에 나냐?
남 앞에선 허세, 자신 앞에선 한없이
불쌍하고 약한 난가?
이미 결정된 승리 앞에서
무질서에 떠는 패잔병에 비교할 것인가?
나는 무엇?
이 적막한 물음은 나를 끝없이
희롱한다.
내가 누구이든
나를 아는 이는 오직 당신뿐
나는 당신의 것이외다.

오, 하느님…

(옥중에서 본 훼퍼)
 

<출처> 참사람되어, 199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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