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촛불인양 대림환 첫 번째 촛불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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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촛불인양 대림환 첫 번째 촛불을 밝힌다
  • 장기풍
  • 승인 2016.11.2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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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상봉

[장기풍 칼럼]

2백만 국민이 전 세계 각 도시에서 촛불을 밝힌 날 전 세계 모든 성당에서는 기다림의 촛불이 밝혀졌습니다. 광화문에서 시민들이 밝힌 촛불도 기다림의 촛불일 것입니다. 기다림은 희망을 의미합니다. 절망을 기다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희망하면서 기다리고 있습니까. 요란한 캐롤에 흥청대는 연말분위기를 기다리는 것일까요, 성탄트리가 의미하는 아기예수 탄생을 기다리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아기예수 탄생이 우리에게 가져다 줄 희망은 무엇입니까. 

그 희망은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이 보호받고 소외받지 않는 사회. 공평한 기회와 경쟁이 보장되는 사회, 땀흘린 만큼 정당한 대가가 보장되는 사회, 어느 누구도 인종, 종교, 성별이나 이념과 사상, 정체성 차이 등으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면 정말 어둠이 사라지고 그러한 밝은 새 세상이 온다고 믿을 수 있을까요. 

어두움을 밝히는 촛불이 백만 개 아니라 천만 개가 된다 해도 각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해방 후 지금까지 여러 차례 민중봉기가 있었지만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국가의 부정부패는 더욱 심해지고 빈부격차는 더 커졌습니다. 청년들은 헬조선을 외치고 있습니다. 최순실이 감옥에 가고 박근혜가 물러난다 해도 제2의 박근혜, 최순실이 또 나타날 것입니다.

성서에는 “밤이 물러가고 낮이 가까이 왔습니다. 그러니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 대낮에 행동하듯이 품위 있게 살아갑시다.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 음탕과 방탕, 다툼과 시기 속에 살지 맙시다.”(로마 13.13.14)라고 가르칩니다. 각 개인이 변하지 않으면 밝은 대낮이 올 수 없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정의로운 세상, 대낮같이 밝은 세상은 모든 이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입니다. 개인의 삶이 변하지 않는데 어떻게 개인의 집단인 사회가 변화될 수 있겠습니까. 

연일 터져 나오는 국가 최상부의 믿을 수 없는 황당한 소식에 놀라고 분노하면서 제 자신을 살펴봅니다. 이런 사회와 국가가 되도록 나는 과연 당당했는가.이들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가. 거대한 탁류에 휩쓸리면서도 나 자신이 혼탁한 물결의 작은 부분임을 잊고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봅니다. 

우리 모두 너나없이 너무 자신만의 욕망을 위해 주변을 살필 정신도 없이 달려온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정치적, 사회적 부조리를 외면하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다만 불의에 분노하면서도 다른 한편 자신의 모습도 함께 살피자는 경계의 말씀입니다. 한 손으로는 정의를 외치는 촛불을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에 걸맞게 차분히 자신을 돌이켜 보자는 의미입니다.

“더러운 죄악으로 상처입고서 기진한 우리정신 깨어 나거라. 해로운 모든 죄악 없애주려고 하늘에 아침샛별 빛을 발하네.”(대림1주 아침기도 찬미가)

“몸을 씻어 정결케 하여라. 내 앞에서 악한 행실을 버려라. 깨끗이 악에서 손을 떼어라. 착한 길을 익히고 바른 삶을 찾아라. 억눌린 자를 풀어주고, 고아의 인권을 찾아 주며 과부를 두둔해 주어라.”(이사야 1.16.17) 

오늘 아침 밝혀진 대림환의 첫 번째 촛불을 바라보면서 마지막 촛불이 밝혀질 때까지는 정말 새 하늘과 새 땅이 모두 새로워진 우리들 마음에 도래해 기쁜 마음으로 아기 예수 성탄을 맞이하게 되기를 간절히 비는 대림 첫날입니다. "Maranatha Amen!"
 

뉴욕에서, 장기풍 스테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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