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만두 환대의 집 “Cana 의 집"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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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 환대의 집 “Cana 의 집"을 열며
  • 이금연
  • 승인 2016.11.24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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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카나의 집 이야기-1
마을 전경. 사진=이금연

왜 환대의 집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지?’ 살면서도 왜 자꾸 이런 생각이 들까? 지금의 내 생활이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일까? 아님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의 방식이 무엇일까 하는 근원적인 생각 때문일까? "여우도 굴이 있고 ...... 그러나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둘 곳조차 없다" 하셨던 예수님의 말씀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것이 지금의 나의 상태를 말해 주는 것일까? 대안적 삶을 생각하는 것은 공동체를 염원하는 이들이면 누구나 다 하게 되는 고민일 텐데, 지금은 내 실존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여 ‘나 홀로’ 방식을 선택하려 한다.

이금연

네팔에 온지 열흘 만에 지진이 발생하여 긴급 구호를 시작했고, 피해 지역을 찾아다니며 구호물자를 배포해야 했다. 몇 개월간은 현장을 찾아 가는 구호 활동을, 이후엔 깨진 학교들을 복구하거나 새로 짓는 일을 하게 되어 임시 거처로 삼았던 피정 집 하숙 생활이 자꾸 연장되었다. 그렇게 해서 이제 어느덧 일 년 반을 넘겼고 지진관련 활동을 하다 보니 ‘내가 왜 네팔로 오게 되었지?’와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이 한꺼번에 겹쳐졌다.

그러나 고민만 하고 앉아 있을 수 없었고, 어떻게든 살 집을 찾아 나서야 했다. 지진으로 많은 가옥이 무너지고 깨진 카트만두 분지 내에, 반반한 집들의 월세는 지진 전 대비 껑충 뛰었다. 월세 집을 구하겠다고 소문을 내면서 혼자 사느니 우리 장학생들이라도 데려다 같이 살아야 매월 부담하게 될 월세가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집을 보러 다니던 사말 타파에게 "우리 장학생들과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하니, 지금껏 장학금 프로젝트를 같이 해온 사말씨는 즉시 내 말을 받아, 지금 하고 있는 베이커리와 봉재 훈련에 외딴 마을에서 온 아이들에게도 참여의 기회를 줄 수 있게 되니 아주 좋을 거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다 도로시 데이의 환대의 집을 떠올리게 되었다. 신학 공부를 할 때 논문을 쓰려고 연구했던 가톨릭일꾼 운동이 생각난 것이다. 우선 소박하게 자발적으로 같이 살기를 원하는 장학생들이 있다면 서너 명 초대하여 같이 살고, 그들과 같이 밥 해 먹고 가벼운 손노동을 하면서 카트만두 식의 환대의 집 개념을 발전 시켜 보자는 것으로 생각이 모아졌다.

더구나 네팔은 도로시 데이가 살았던 뉴욕처럼 산업 사회도 아니고, 대량 실업이 발생하는 곳도 아닌, 농업과 관광 그리고 해외 이주로 먹고 사는 나라이니, 네팔 식의 환대의 집을 살려면 우리가 처한 현실을 잘 관찰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지금까지 카트만두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해 온 일을 돌아보며 나의 성소인 국제 가톨릭 형제회 (AFI), 우리 단체의 원칙인 전진상 정신을 실현하고, 민족▪ 국가 ▪ 종교▪ 문화를 초월하여 공동선을 지향하는 개인들과 함께 정의와 평화를 위한 연대에 환대의 집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아시아평화인권연대 협동 활동가로 보다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만들어 첫 걸음을 떼기 위해 다음과 같이 ‘카트만두 환대의 집’을 설계한다.

이 설계도를 가지고 살다보면 ‘나의 인생’이란 아름다운 집이 언젠가 만들어져 있으리라 믿는다. 생각 한 대로 사는 것, 그것이 ‘어떻게 살아야 하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뉴욕의 작은 아파트에서 피터 모린과 유니언 광장에서 노숙하던 이를 초대하여 생활을 시작함으로써 가톨릭 일꾼운동을 열었던 도로시 데이의 철저한 삶에서 받은 영감으로 용기를 내어 이 작은 집에 ‘카나의 집’이라 이름 붙인다.

◆ 물 항아리 하나 :

카나 거르는 1932년 미국 뉴욕에서 가톨릭일꾼운동을 일으켜 가톨릭일꾼으로 평생을 살다 간 도로시 데이와 피터 모린의 이상과 원칙을 계승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환대의 집처럼 어떤 조직이나 단체의 형태가 아닌 인격주의, 평화주의, 푸른 혁명, 손노동을 중심 가치로 사는 그저 기도하고 일하는 ‘집’이라 한다.

◆ 물 항아리 둘 :

이에 카나 거르는 (working), (inspiring), (inter-becoming)을 실천 방향으로 하여 ‘새 하늘 새 땅,’ 즉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지금 여기서 이루려 노력하고 있는 개인들과 연대와 협력으로 함께 한다.

◆ 물 항아리 셋 : 일, Working

“내 아버지께서 여태 일하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 (요한 5,14) 생명은 단 한 순간도 멈춤이 없다. 생명은 늘 호흡하고 숨을 쉰다. 카나 거르는 손노동과 정신노동을 꾸준히 하며 일의 영성을 일상에서 살아 내려 다음을 실천한다.

㉮ 영적 지혜와 전통을 간직한 여러 문헌과 자료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연구한다.
㉯ 개인의 인간적 ▪ 영적 성숙을 돕는 도구들 즉 수지 에니어그램, 마이어브릭스, 모래 놀이, 가치 카드, 프로젝트 개발과 운영, 비영리단체운영 웍샵, 명상 테라피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제공한다.
㉰ 손바느질, 천연염색, 비누 만들기, 음식 만들기, 식물 가꾸기, 그림그리기와 같은 손노동으로 활기찬 일상을 산다.

지진으로 파손된 마을. 사진=이금연

◆ 물 항아리 넷 : Inspiring.

누구든 카나의 집에 초대 받은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과 자원을 나누어 연대와 상호 협력의 정신이 튼튼히 자라도록 서로 영감을 불어 넣는데 기여한다. 원탁 토론회와 세미나 형식의 만남을 통해 서로 배우면서 연대의 정신을 강화 하려 다음과 같은 주제로 토론한다.

㉮ 종교와 영성 : 열린 마음으로 종교간 대화를 모색하려는 개인들
㉯ 이주와 노동 : 현대 세계의 가장 큰 사회적 쟁점인 이주; 이주와 노동, 난민과 인신매매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인들
㉰ 생태와 환경 : 에코 페미니즘, 생태 영성 신학, 지구 온난화, 탈핵과 반핵, 전쟁 반대와 평화주의에 관련된 개인들
㉱ 교육과 발전 : 평생 교육, 지역 단위의 협동조합 운동, 주민 조직과 연대, 지속 가능한 개발과 인간 발전에 기여하는 개인들

정기, 비정기적인 세미나를 조직하고 네팔과 타 국가의 활동가들을 초대하여 상호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교환하여 산지식을 습득하는 자리가 되도록 한다.

◆ 물 항아리 다섯 : Inter-Becoming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상호 관계 안에서 되어가는 존재인 우리는 영적▪ 신체적 ▪ 심리적으로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자신을 닦고 또 닦아야 한다. 수행의 궁극적 목적은 어려운 이들에게 특히 물질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애덕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의 활동을 계속 한다.

㉮ 학교에 다니기 어려운 아시아의 어린이들에게 물품과 학비를 지원한다.
㉯ 사회에 진출하려는 청소년들에게 멘토링을 실시한다.
㉰ 직업 훈련을 위해 카트만두 분지로 오고 싶어 하는 여학생들과 함께 생활한다.
㉱ 공립사립학교와 연대하여 학교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에 동참한다.

◆물 항아리 여섯: 참여하는 방법, ‘항아리에 물을 채우다.’

㉮ 한국에서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개인들이 네팔을 방문 할 때, 사전에 연락하여 원탁 토론과 세미나를 같이 준비, 진행한다.
㉯ 세 번째 물 항아리에 담긴 프로그램들을 원하는 개인과 단체들은 사전에 연락하여 함께 준비 진행한다.
㉰ 네팔로 현장 실습을 하러 오고자 하는 개인들에게 아이디어 개발, 실습지 찾기를 함께 모색한다.
㉱ 어린이 장학금 후원 계좌
-아시아평화인권연대 : 국민 은행
-제정구기념사업회 : 우리은행
㉲ 주소와 연락처 :
주소 : Mahalaximi, Lalitpur, Nepal 전자 메일 : leececili@gmail.com
facebook : kum yeon cecilia 전화: 977-9818814167 카카오 톡 ID afi21
 

이금연 세실리아
국제 가톨릭 형제회 (AFI) 회원
네팔 환대의 집 'Cana의 집'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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