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생자치회 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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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생자치회 시국선언
  • 가톨릭일꾼
  • 승인 2016.11.0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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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생자치회 시국선언


“죽음아, 너의 독침이 어디 있느냐?”(1코린 15,55)

‘최순실 게이트’, ‘비선실세’, ‘팔선녀’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던 최근의 언론 보도 내용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의 가치를 무색하게 할 만큼 비참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특정한 개인에게 있었고, 모든 권력은 최순실로부터 나왔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통령의 연설문에서부터 인사, 외교, 안보문제에 이르는 국정운영에 비선실세라는 말 그대로 비정상의 체계로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개입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공화국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적법한 선거절차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된다. 그러나 10월 24일 언론이 공개한 태블릿 PC의 내용에는 그 권한이 특정 개인에게 침탈되어 왔다는 정황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당하게 언급한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2016년에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의심의 여지없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접하며,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아모 5,24)는 성경의 가르침을 마음에 품고 사는 우리 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신학생들은 더 이상 이 사태를 좌시할 수 없었다. 또한 “지배 권력에 휘둘리는 군중으로서가 아니라 사명감과 책임을 지닌 국민”(교황권고-복음의 기쁨 220항)으로 행동하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이를 실천하려 한다.

우리는 이 땅에 어둠이 짙을 때면 언제나 ‘횃불’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자랑스러운 한국 가톨릭교회의 선배 신부님들을 기억한다. 마찬가지로 시대적 아픔에 억눌린 이들에게는 ‘하느님의 사랑’을, 부도덕하고 폭력적인 권력에게는 ‘하느님의 정의’를 선포하며 6월 항쟁의 도화선 역할을 하였던 선배 신부님들을 기억한다. 그 예언자적 전통을 이어받는 우리는 현 시국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규탄하며,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비롯하여 미르, K스포츠 유령재단 의혹에 대하여 성역 없는 수사를 실시할 것을 힘주어 촉구한다. 또한 수사 내용 전체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자를 엄중하게 처벌함으로써 짓밟힌 민주주의의 근간을 일으켜 세울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마태10,26)

가깝게는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선배 신부님들의 모범을, 멀게는 타락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느님의 정의를 외쳤던 예언자들의 소명을, 궁극적으로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걷고자 하는 우리들은 “복음화는 하느님 나라를 우리 세상에 현존하게 하는 것”(교황권고-복음의 기쁨 176항)이라는 신념하에 불의한 권력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정직한 분노를 감추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

지금은 작가로 살아가는 1985년의 한 대학생은 일명 ‘서울대 프락치 사건’(학원사찰)에 따른 항소이유서에서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라는 네크라소프의 시구를 인용했다. 30년이 지난 2016년,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는 다시 이 시구를 새롭게 꺼내 들고자 한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다시,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2016년 10월 31일 
(총 96명 서명) 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제 21대 학생자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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