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복음사가, 탁월한 이야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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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복음사가, 탁월한 이야기꾼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6.10.04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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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와 구마 - 5
사진=한상봉

우리가 복음서를 읽는 목적은 그것을 해석하기 위해서이다. 즉 복음서의 의미를 이해하고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이 목적을 위한 수단이 바로 읽기의 방법론이다. 적합한 읽기의 방법론을 찾기 위해 우리는 읽으려는 복음서 본문이 가지는 여러 특성들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즉 본문의 특성들에서 읽기의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글이 가지는 다양한 특성에 적합한 방법론만이 글의 의미와 메시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음서는 예수 사건인 역사(history)를 이야기(story)라는 문학적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복음서가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복음서가 하나의 꾸며낸 이야기 즉 허구(fiction)라는 의미가 아니다. 복음서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그럴듯한 이야기로 꾸며낸 글이 아니다. 복음서는 실제로 일어난 예수에 관한 역사를 담고 있다. 즉 예수 사건이라는 내용을 “이야기”라는 문학적 형식 안에 담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란 특정한 배경 안에서 벌어진 여러 등장인물들 사이의 사건을 일정한 줄거리로 구성한 것이다. 복음서 안에서는 예수와 관련하여 일어난 일들, 즉 사건들이 서술된다. 이 사건들의 이야기는 줄거리를 가진다. 일정한 줄거리로 짜여진 이야기에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있고, 이들 사이에 여러 갈등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야기에는 여러 배경들이 있고, 다양한 문학적인 기법들도 사용된다.

이야기는 그것을 말하는 사람에 의해 듣는 사람에게 전달된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바로 이야기꾼(storyteller)이다. 이야기에는 반드시 이야기꾼이 필요하다. 이야기꾼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사람들을 이야기 세계 안으로 이끈다. 그리고 이야기꾼은 이야기를 통하여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과 그것을 듣는 사람 사이에는 의사소통(communication)이 이루어진다.

복음서를 기록한 저자인 복음사가는 우리에게 예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사람의 이야기꾼이다. 그는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 과거의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예수 사건을 기억하고 증언하며 전승할 뿐 아니라 그것을 해석한다. 해석은 의미를 찾는 일이다. 복음서의 이야기꾼은 신앙의 눈으로 예수 사건의 의미를 해석하고 선포한다. 복음서 저술은 복음 선포를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그래서 이야기꾼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예수 사건의 신앙적 의미를 만나도록 초대한다.

복음서는 예수에 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예수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복음서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큰 등장인물(major character)과 작은 등장인물(minor character)로 나눌 수 있다.

큰 등장인물들은 사건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인데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이들은 여러 장면의 사건들에 등장한다. 복음서의 큰 등장인물로는 예수, 제자들, 그리고 반대자들이다. 작은 등장인물들은 줄거리 구성에서 보조적인 주변 인물이다. 큰 등장인물들은 복음서 이야기의 여러 장면들에 자주 나타나고 그들 사이에 생기는 갈등으로 사건들이 벌어진다.

그러나 작은 등장인물은 복음서 이야기 안에서 한 두 장면에만 나올 뿐이고 대부분 그 이름이 불리지 않고 단지 더러운 영이 들린 어떤 사람(마르 1,21-28), 시몬의 장모(마르 1,29-31), 어떤 나병환자(마르 1,40-45), 어떤 중풍병자(마르 2,1-12), 어떤 손이 오그라든 사람(마르 3,1-6), 게라사의 더러운 영이 들린 어떤 사람(마르 5,1-20), 어떤 하혈하는 부인(마르 5,24-34), 어떤 시리아 페니키아 여자(마르 7,24-30), 귀먹고 말 더듬는 이(마르 7,31-37), 벳사이다의 눈먼 이(마르 8,22-26), 벙어리 영이 들린 어떤 아이의 아버지(마르 9,14-29) 등으로 소개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복음서의 작은 등장인물들은 역사적 예수의 치유와 구마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작은 등장인물들은 역사적으로 사회 밑바닥의 소외된 이들, 변두리로 내몰린 이들, 곧 가난한 이들이었다. 따라서 예수의 치유와 구마는 사회적, 경제적, 종교적인 이유로 배제되고 소외되었던 이들에 대한 우선적 관심을 의미한다.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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