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추모시] 그때 솥적새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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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추모시] 그때 솥적새가 울었다
  • 박남인 시인
  • 승인 2016.09.3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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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상봉

그때 솥적새가 울었다

-박남인
 

울지 마라

누런 눈물 같은 벼들아
산천에 피던 도라지야
다시 동학년이 온다
오늘 마침내
검은 비가 내린다
검은 장막이 다시 내린다

세상은 눈물의 강 하염없이 흐르는데
세상의 근본인 농민들이 절룩거리는데
아무 것도 아니라며
가차없이 물대포를 쏘아대며
검은 장막의 그늘에서
속삭이며 건배를 드는 여인아
더러운 금빛 들아
황금물결이 쓰러지는 
가을이여

울지 마라
농로야 아비 잃은 딸들아
다시 동학년이 온다
너의 비가 내린다

목이 잘린 그 자리에
나무가 솟아 오른다
너도 나도 
눈을 벼르며 
푸른 대나무로 솟아 오른다

저 굳은 침묵의 땅
우후죽창 만인의 목소리들아
울지 마라
더 의롭게 노호하라
솥이 적다면 솥을 깨 버려라

울어라
차마 울지 마라
너는 얼마나 오래 동안
울음 이었는가
이제 울음이 불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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