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페북 피드에 페북 친구들의 글이 잘 뜨지 않는다. 광고와 더불어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의 글이 훨씬 더 많이 뜬다. 또한, 어느 순간부터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의 비율이 follower보다 unfollower가 더 많아졌다. 그 이유는 알고리즘이 unfollower들에게 내 글을 더 많이 '노출'시켜줬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 회사는 알고리즘이 '내 컨텐츠'를 더 많이 노출시켜 주는 '자비'에 대해서 학습하도록 요구한다. 사람들은 알고리즘의 자비를 받기 위하여 그것을 학습하고, 그대로 따라 한다. 알고리즘의 자비를 받는 사람은 그야말로 '대박'을 맞는다.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봐주는게 아니라 금전적 보상이 뒤따라온다. 이것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온라인 상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제약적이다. 하루 종일 스마트 폰을 붙들고 있을 수 없다. 짧게 머무는 동안 제일 먼저 뜨는 피드의 글을 잠깐 볼 수 밖에 없고, 거기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때, 피드에 컨텐츠를 올려주는 것은 전적으로 알고리즘의 선택이다. 우리는 알고리즘의 자비에 기대어 누군가의 컨텐츠를 소비할 뿐이다.
내가 관심 있는 컨텐츠를 찾아서 보는 게 아니라,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것을 강제로 보게 된다. 물론 알고리즘의 그러한 행동을 폭력으로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냥 우리는 편리하게 알아서 노출시켜주는 컨텐츠를 아무런 생각 없이 소비할 뿐이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우리 시대의 최고 권력자는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알고리즘인 듯하다. 권력은 세계를 만드는 힘인데, 우리가 사는 시대는 최고 권력자인 알고리즘에 의해 생성된 세계가 틀림없다.
알고리즘이 만는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우리가 매일 눈으로 경험하는 바로 그 세계다. 한마디로 말하면, 확증 편향의 세계. 우리는 인류 역사에서 전례 없는 극단적 분열 사회를 살고 있다. 이러한 세계를 만드는 궁극적 책임은 물론 '인간'에게 있겠지만, 표면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감당하는 '알고리즘'에게 있다.
어떻게 하면 알고리즘의 권력에서 벗어나 우리가 진정 만들고 싶은 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뾰족한 묘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알고리즘의 권력을 이해하고, 그것을 경계하는 마음 가짐이 필요한 듯하다. 알고리즘의 자비에 기대는 마음을 없애고, 내가 원하는 세계가 어떠한 세계인지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
알고리즘의 권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중요한 방법은 온라인 접속을 최대한 줄이고, 오프라인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며 공부하는 것이다. 책을 펴서 읽으며, 생각의 결을 벼리고, 어조(목소리)를 다듬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떠한 세계를 만들어 가고 싶은지, 그러한 일을 하는데 있어 나는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지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고양이와 개는 서로 앙숙이다. 풀 먹는 동물은 고기 먹는 동물을 피한다. 모두에게 천적이 있다. 그런데 인간의 천적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자기 자신이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기술에 의해 지배당한다. 인간은 다른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기를 지켜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났다. 그렇다 보니, 많은 이들이 자기를 잘 지키지 못한다. 자기의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알고리즘의 자비를 거부한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장준식 목사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세화교회 담임.
<예배자의 기도>, <기후 교회로 가는 길> 등의 저자.
여러 신문에 글을 기고 하는 칼럼니스트
미국 에모리대학교와 GTU에서 조직신학(정치신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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