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완전체가 컴백한다. 그 시간은 따스한 봄날, 그 장소는 광화문이다. 한국 역사의 질곡을 그대로 간직한 광화문에서 BTS는 다시 한 번 완전체로 날아오르려 한다. 촛불이 타오르고 함성이 울렸던 그 광장이 이제는 전 세계를 향한 무대가 된다. BTS의 새로운 웅비를 축하한다.
나는 BTS의 광화문 공연을 보면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문화가 아주 깊숙이 플랫폼 자본주의에 포획된 것을 확인한다. 2016년, 닉 서르닉은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이미 자본주의가 플랫폼 형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간파하여 그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2016년도만 해도 '플랫폼 자본주의'라는 말이 낯선 시기였다. 이제 막 실리콘밸리의 하이텍 회사들이 플랫폼 자본주의를 론칭하여 디지털 세상을 자본주의에 편입시키는 일이 한창 진행되던 때였다.
플랫폼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서르닉의 분석을 빌려 설명하면, 플랫폼이란 복수의 집단이 교류하는 디지털 인프라구조이다. 소비자, 광고주, 서비스 제공자, 생산자, 공급자, 심지어 물리적 객체까지 서로 다른 이용자를 만나게 하는 매개자 위치를 차지한다. 플랫폼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모르고, 이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미 현재의 경제는 플랫폼 자본주의 체제로 돌아가고 있어, 모든 사람이 플랫폼 자본주의에 포획된 상태이다.
BTS 공연이 그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따스한 봄날 광화문에서 열리는 BTS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BTS 공연이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그 경제적 효과에서 얼마간의 이익을 얻어보려고 관련된 사업체가 뛰어들고 있다. 심지어 국가마저 공연의 안정적 진행을 보장하기 위해 무려 1만 5천 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이번 BTS 공연의 핵심 플랫폼은 넷플릭스(Netflix)다. 넷플릭스는 BTS 공연을 독점 중계한다. 서르닉은 플랫폼 자본주의를 다섯 가지 유형—광고 플랫폼, 클라우드 플랫폼, 산업 플랫폼, 제품 플랫폼, 린 플랫폼—으로 분류했다.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고 구독료를 직접 수취하는 제품 플랫폼이다. 그러나 이번 BTS 공연에서 넷플릭스의 행보를 보면, 제품 플랫폼의 전형적인 특성과 함께 린 플랫폼의 속성이 겹쳐진다. 물리적 공연 인프라를 소유하지 않으면서, 중계권 하나로 전 세계 구독자에게 콘텐츠를 유통하고, 공연에 수반되는 안전 비용이나 공공 자원의 부담은 대한민국 정부와 납세자에게 전가된다. 플랫폼 자본주의의 핵심 메커니즘—데이터 축적, 독점적 유통, 외부 비용의 전가—이 고스란히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를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우버(Uber)다. 우버는 차량을 한 대도 소유하지 않으면서 이동이 필요한 이들과 차량을 소유한 이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우버 드라이버들은 플랫폼에 접속하지 않고서는 돈을 벌기 어렵다. 그러나 실제로 버는 돈은 그리 많지 않고, 경제 활동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고스란히 드라이버 자신이 떠안는다. 넷플릭스와 우버, 두 플랫폼의 형태는 다르지만 구조는 같다. 플랫폼이 가치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실제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들—아티스트든 노동자든—에게 돌아가는 몫은 비대칭적으로 작다.
제러미 리프킨은 <소유의 종말>에서 자본주의는 "소유(property)" 중심에서 "접속(access)"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물건을 소유하는 게 중요했지만, 디지털 세상이 들어서면서 이제는 서비스에 접속하는 게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유의 종말 시대에는 문화, 시간, 경험 자체가 시장으로 편입된다고 전망했다. 맞는 말이다. 세상은 그렇게 변했다. 그런데, 서르닉은 리프킨의 진단을 이렇게 뒤집는다. 어떤 평론가는 이런 변화를 가리켜 소유의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는 소유의 종말이 아니라 소유의 집중이라고.
디지털 시대의 플랫폼 자본주의로의 전환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안에서 자본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콘텐츠에 접속해서 즐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 접속은 너무 쉽고, 그 접속은 나에게 전혀 위협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접속 하나로 도파민이 분출되는 즐거움을 손쉽게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르닉이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플랫폼 자본주의는 소유의 종말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소유의 집중 현상을 불러온다. 다른 말로, 아주 지독한 부익부빈익빈 현상, 자본의 집중 현상, 경제적 불평등을 극대화시키는 현상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BTS의 완전체 컴백을 축하한다. 공연이 잘 되기를 바란다. 그 공연을 통해 최근 전쟁으로 지쳐 있는 지구인들에게 큰 위로가 전달되기를 바란다. BTS 완전체의 광화문 공연을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이 조금 더 높아지는 데 기여하게 되길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그 뒤에 숨어 있는 플랫폼 자본주의의 소유 집중 현상을 방치하면 안 된다. 플랫폼 자본주의의 가장 큰 병폐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버는' 구조이다. 대한민국의 엄청난 국가 자산까지 투입되는 공연이지만, 결국 가장 큰 수익을 거둬가는 것은 넷플릭스가 될 것이다.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자본의 독점화 현상이다. 마르크스는 종교를 비판하면서, 종교가 고통받는 인간에게 위안을 주면서도 그 고통의 원인인 현실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양면성을 지적했다. 이 비판은 종교에만 머물지 않는다. 날로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에, 독점화 현상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공연의 즐거움에만 머무는 것은, 그 공연이 의도치 않게 현실의 구조적 모순을 가려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조금 더 지혜롭게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BTS 공연이 현실을 변화시키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플랫폼 자본주의에 포획되어 있는 BTS 공연을 보면서 우리의 삶의 자리를 한 번 돌아보기 원하는 마음이다. 우리는 언제쯤 자본의 권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봄날은 더 따뜻해져 가는데, 우리 마음은 더 추워져 간다. 따뜻한 봄날의 햇살이 우리의 마음도 따스하게 만들어 주면 좋겠다. BTS 공연이 잠시나마 모든 이들에게 마음 깊은 곳에 비추는 봄날의 햇살이 되길 바란다.
장준식 목사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세화교회 담임.
<예배자의 기도>, <기후 교회로 가는 길> 등의 저자.
여러 신문에 글을 기고 하는 칼럼니스트
미국 에모리대학교와 GTU에서 조직신학(정치신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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