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 통곡 -백남기 어르신 영정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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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시] 통곡 -백남기 어르신 영정 앞에서
  • 김유철
  • 승인 2016.09.2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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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상봉

물대포에 두개골이 부서진 하느님
눈과 입과 귀와 코로 피를 토해낸 하느님
똥구멍과 오줌구멍으로 대포물을 흘리신 하느님
삼백열이레 죽지 못하게 인질로 잡히신 하느님

남도 들녁 논두렁에서
꽹과리와 징을 울려
농민마음에 신명을 울리신 하느님

동네어귀 느티나무 아래 작은 평상에 둘러앉아
탁배기 두루 돌리며
“육시럴~” 소릴 들어주던 하느님

그렁그렁 큰 눈망울 황소처럼 할 일 다 하시며
사람생명 농촌생명 한몸생명의
파수꾼으로 평생을 살자던 하느님

이제 떠나렵니까
사람세상 뒤로하고 하느님 당신은 이제 떠나렵니까
당신가시고 또 어떤 하느님을 만나서 이 모진세상 버텨야합니까

하는 일 없이 아름답고
하는 일 없이 자애로우며
하는 일 없어도 그냥 우리 모두의 아버지였던 하느님

엎드려 통곡 속에 비오니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자들을 용서하소서
부디 편안히
부디 편안히
부디 편안히
 

김유철
시인. 한국작가회의.
<삶 예술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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