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 신부 "강정 기도천막 보존하고 싶다"
상태바
문정현 신부 "강정 기도천막 보존하고 싶다"
  • 가톨릭일꾼
  • 승인 2016.09.19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정에서 여섯번째 추석 맞는 문정현 신부 길바닥 미사 강론

[강정에서 여섯번째 추석 맞는 문정현 신부 길바닥 미사 강론]

우리 교회는 창설자 예수님부터 순교자이십니다. 오늘 기념하는 성 코르넬리오와 성 치프리아노 두 분도 창시자 예수님처럼 순교하셨습니다. 2천년이 넘도록 우리는 그분들의 순교를 기리고 있습니다. 멀리 갈 필요 없습니다. 우리 근대사에도 이런 피흘림이 엄청났습니다. 제주 4.3때는 3만 명이 학살되었다고 합니다. 더 많이 추산하시는 분도 계십니다만, 3만 명이라고 하죠.

조선시대에 죽은 (천주교) 순교자는 모두 2만 명이라 합니다. 피비린내 나는 박해였는데, 1984년에 103분을 성인으로 추대했습니다. 교회에 참 영광입니다. 2014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셔서 124위의 성인을 추대했습니다. 이런 박해, 성인의 수로 보나, 지구촌의 우리의 역사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정말 창시자인 예수님 길을 따르고 그분을 사랑해서 피를 흘렸으니 영광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런 순교를 피하고 ‘순교자’란 ‘순’자도 듣기 싫고 세상에 영합에 해서 잘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어리석은 것같이 보일지 모르나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분들이 이렇게 된 이유는 주님의 길을 따라서 진리를 위해서, 정의를 위해서 몸을 바치는 사람은 반드시 죽지 아니하고 창시자 예수님처럼 되살아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것 없으면 다 소용없습니다. 매일미사하고 매일기도 해도, 그 마음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것이 제 말의 핵심입니다.

사진=한상봉

오늘 복음 말씀에 딱 꽂히는 것이 있더라고요. 예수님 주변에 여자들이 많았다는 겁니다. 자기 재산 다 내놓고 예수와 제자들에게 시중 들고 함께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나는 강정의 지킴이들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분들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이 순간까지 버티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거짓말인가요? 참 저희가 잘난 것도 없고 힘있게 싸우지 못한 것도 있지만, 우리와 함께 해준 그들을 잊을 수 없더란 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신뢰를 가지고 살았습니다. 쩍하면 입맛이라고, 얼굴만 봐도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근심스런 얼굴을 얼른 잊고 함께 해주고, 그러니 이 신뢰가 깨지는 일이 있으면 얼마나 불행한 일이겠습니까?

성서에 나오는 병과 죽음, 이게 무엇을 의미하나, 생각하면 사람을 괴롭히는 악의 세력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물리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걸 물리치려고 최선을 다해야 하고, 모든 희생을 감수해야 하고, 이것은 죽더라도 해야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온 세상에 만연되어 있는 게 있습니다. 제가 보니, 한국 천주교 각 교구마다 순교성지 찾느라고 정신 없습니다. 조금만 근거가 있어도 ‘여기는 순교지다’ 하고, 순교자를 현양하기 위해서 돈을 들여서 시설을 하고 건물 짓고 하는 거 저는 박수를 칩니다. 잘하는 일입니다. 그것을 보고 그분들의 값진 죽음을 생각하고, 그분들이 오늘도 죽지 않고 오늘 살아있구나 생각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정작 병과 죽음이 의미하는 악의 세력에 대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별 의미 없는 그림일 뿐입니다. 더불어서 우리는 세상의 악을 저지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죠. 그것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이야깁니다. 저는 이 기도 천막을 길이 보존하고 싶습니다. 이른바 이 강정의 골고타이기 때문입니다. 공사를 우리가 막으면서 미사를 할 때는 그렇게 미사를 없애려고 기를 쓰고 싫어했는데, 이제는 그런 게 없으니까 조용한 미사할 수 있네요. 그러나 언제 어떤 시절이 올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더라도 우리는 이 기도의 행렬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론/문정현 신부
동영상/방은미 강정지킴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