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남 칼럼
<국민일보>가 이승만이 성경을 토대로 대한민국을 세웠다고 주장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면서 이승만이 읽었다는 성경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124년 전에 만들어진 피혁 성경은 낡을대로 낡아 보였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많이 웃었다. 124년 전에 만들어진 성경이 이정도로 낡았으면 그 성경의 소유자가 밤낮으로 성경을 읽고 그것의 가르침대로 살았다는 증거가 되는가? 하단 오른쪽의 성경은 내가 불과 14년 전에 대학원에 들어가면서 성경 공부용으로 구매한 것이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낡고 손때가 묻어 보이는가? 이승만이 성경의 사람이었다면, 나는 바울쯤 될 것 같다.
기사 중에 이런 아삼삼한 표현이 나온다. "진열장을 열고 (이승만의) 성경을 조심스럽게 꺼내 든 홍(정길) 목사와 송(길원) 목사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성경을 열어 한 구절(갈 5:1)을 읽은 홍 목사는 즉석 설교를 한다. 그 장황한 설교의 결말은 우리 국민이 "평생을 성경과 기도로 살아낸 사람"인 이승만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를 망치고 있는 두 주체인 교회의 설교와 언론의 기사가 이뤄낸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이다! 제대로 살려면, 목사 설교 그만 듣고, 신문 그만 읽어야 한다.
김광남
종교서적 편집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작가이자 번역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교회 민주주의: 예인교회 이야기>, 옮긴 책으로는 <십자가에서 세상을 향하여: 본회퍼가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삶>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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