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 안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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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 안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 토머스 머튼
  • 승인 2024.02.26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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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머튼의 삶과 거룩함
사진출처=pressandjournal.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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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은 성령이 영혼들 안에 생생하게 현존하심으로써 말씀이신 하느님을 닮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하느님의 눈에 “정의로운 것이다”. 그것이 참사랑과 다른 모든 덕의 뿌리다. 그리고 결국 영원한 생명의 씨앗인 것이다: 그것은 거룩한 유산으로 우리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것도 우리에게서 빼앗을 수 없다. 그것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 보물이며, “영원히 솟아나는” 살아 있는 샘물이다.

사도 베드로는 그의 첫째 편지의 서두를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에게 무상으로 주신 이 은총의 삶에 대한 즐거운 감사로 시작하고 있다: 그 은총은 우리가 죄 중에 죽어 있을 때에도 주어지는 하느님의 사랑에 충실하기만 하다면, 그리스도를 부활시키셨던 바로 그 힘으로 우리를 죽음에서 일으키면서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 것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을 찬양합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크신 자비로 우리를 다시 낳아 주시고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심으로써 우리에게 산 희망을 안겨 주셨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위하여 썩지 않고 더러워지지 않고 시들지도 않는 분깃을 하늘에 마련해 두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믿음을 보시고 당신의 힘으로 여러분을 보호해 주시고 마지막 때에 나타나기로 되어 있는 구원을 얻게 하여 주십니다. 그러므로 기뻐하십시오. 여러분이 지금 얼마 동안은 갖가지 시련을 겪으면서 슬퍼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것은 여러분의 믿음을 순수하게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결국 없어지고 말 황금도 불로 단련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황금보다 훨씬 더 귀한 여러분의 믿음은 많은 단련을 받아 순수한 것이 되어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는 날에 칭찬과 영광과 영예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본 일이 없으면서도 그분을 사랑하고 그분을 보지 못하면서도 믿고 있으며 또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기쁨으로 넘쳐 있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믿음이 결국 영혼을 구원하였기 때문입니다”(베드로 전서 1,3-9).

그리스도교가 신비적이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곧 성사 중심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성사는 “신비”로, 그 안에서 하느님께서 활동하시며, 우리의 영혼이 그분과 함께 그분 거룩한 사랑의 자극 아래 활동한다. 우리는 성사들이 우리 안에 계신 거룩한 사랑의 자유로운 영적 활동의 신비한 표징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시적이며 외적인 행위로 나타나는 성사는 하느님이 우리에게 은총을 주시게 “만드는” 무엇은 아니지만 우리가 은총을 받을 수 있게 한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은총을 무상으로 주신다는 표징이다.

그 표징은 우리에게는 필요하지만 그분께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가슴과 영혼이 그분의 활동에 반응하게 만든다. 그분의 은총은 아무런 외적인 표징이 없이도 우리에게 주어질 수 있으나 그럴 경우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 선물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고, 그것에 효과적으로 반응하지 못하고 또 사랑을 다해 그것에 응답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이러한 성스러운 표징들이 우리에 대한 은총의 근거로 필요하지만 그것을 하느님께서 은총을 베풀어야 할 근거로 내세울 수는 없다. 참으로 대비되지 않는가!

만약 하느님께서 그분의 형용할 수 없는 빛을 우리에게 전하시고 그분의 생명을 우리와 공유하시고자 하신다면, 그분 스스로 이 전달과 공유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을 결정하실 것이다. 그분은 인간에게 자신의 말씀을 들려주시는 것부터 하신다. 인간이 하느님의 말씀을 알아듣고 받아들인다면,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며 그 부르심에 응답한다면 그는 세례반(盤)으로 나아간 것이고 우리를 씻어주시는 보속의 강물에 다다른 것이다. 그는 축복 받은 성체로부터 자양분을 얻으며 그것을 통해 주님의 몸을 참된 영적인 식량으로 먹고, 성체를 영원한 구원의 보증으로 삼고 하느님과 영적으로 결혼하게 된다.

 

[원문출처] <Life and Holiness>, 토머스 머튼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 200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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