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손자의 봄
-닐숨 박춘식
이제 겨우 봄이 오는구나
바람이 매몰차게 달리면서
엉성한 나무를 흔드는 것을 보니...
초등학교 손자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대문 옆 목련 나무를 곰곰 생각합니다
따뜻한 봄바람이 오기 전에
엄청 센 바람이 나뭇가지들을 마구 흔들어
겨울잠을 깨우고 나무뿌리에게
펌프질*하라고 힘껏 고함치는구나.
새 봄의 새 물이 우듬지로 올라가며
가지마다 연두색 싹눈이나 꽃망울을 틔울 때
새들도 짝을 찾는 봄 노래 부를 거야
할아버지는 나무뿌리랑 싹눈이랑
노래를 어디서 배웠는데요
봄을 기다리던 시골 성당의 아이들을 위해
나무마다 생생한 물을 끌어 올려라, 고함쳤던
할아버지의 옛 할아버지께서 가르쳐주셨단다
그때 할아버지는 몇 학년인지 모르지만
봄바람과 물 펌프질 이야기는 참 재미있어요
<출처> 닐숨의 미발표 시(2024년 2월 19일 월요일)
* 식물 연구에 박식한 분이, 오래전 어느 모임에서 봄바람은 두 가지라며, 겨울나무를 흔들어 새로운 봄을 시작하는 차가운 바람이 있고 이어 곧 아지랑이가 보이는 봄바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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