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종교의 가치를 훼손하는 건 하느님 모욕 아닌가
상태바
타종교의 가치를 훼손하는 건 하느님 모욕 아닌가
  • 한상봉 편집장
  • 승인 2023.12.25 1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엘리자베스 A. 존슨의 [신은 낙원에 머물지 않는다] 강독-21

아시아 종교 상황에서의 가톨릭교회

서구에서 진행되는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갑론을박 가운데, 실천적인 발전은 세계적인 고등종교가 산재해 있는 아시아에서 이뤄졌다. 아시아 35억 인구 가운데 크리스천의 비율은 3% 정도인데, 그중 절반이 필리핀에 거주하기 때문에 현재 아시아 인구의 1.5%만이 아시아 대륙에 넓게 분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불가피하게 소수자로서 주변의 종교들과 어깨를 부비며 믿음을 유지해 왔다. 그들은 이웃 종교의 선함을 목격하였고, 일상에서 이들 종교와 대화를 나누고, 친교를 유지하며 상호이해를 깊게 해 왔다.

특히 1972년에 설립된 아시아주교회의(FABC)는 아시아대륙에서 가톨릭교회가 발견한 것은 민중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가난과 풍부한 영적 자산을 지니고 있는 아시아종교였다. 여기서 아시아 주교들은 제도적인 교회의 건설과 개종을 통한 교회의 양적 확장에 얽매이지 않았다.

아시아 주교들은 유럽교회를 아시아에 이식하는 대신에, 교회로 하여금 가난한 자들과 함께하는 해방운동, 교회를 아시아인의 문화에 걸맞게 뿌리 내리는 문화적 토착화, 모든 차원에서 종교 상호간의 대화를 꾀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인도교회는 자신들의 고유한 종교전통을 통하여 구원의 길을 발견하는 사람들에게 주목하면서 아시아 교회는 “교회 담장을 넘어서 하느님의 존재를 새롭게 발견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사진=한상봉
사진=한상봉

교황청, “타종교는 중대한 결함 있다” 경고

그러나 2000년에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 발표한 선언 <주님이신 예수님>는 종교다원주의를 경고하면서 신앙이 종교적 상대주의에 빠지는 것을 염려하기 시작하였다. 그리스도인은 “단일하고 유일하며 오직 그분에게만 합당하며 독점적이고 보편적이며 절대적인”(15항)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자적 역할을 강조하였다.

타종교와 관련해, <주님이신 예수님>은, 다른 종교들이 가톨릭신앙의 보완물이 아니며, 그들의 신성한 경전은 성령으로 씌어졌다고 말할 수 없고, 성령은 예수를 떠나서는 그들 가운데 구원의 권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타종교에 대한 존경심을 폄훼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온전한 구원은 교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이 선언에서도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에, 다양한 종교전통들이 “하느님에게서 비롯된 종교적 요소를 제공한다”고 인정하지만, “객관적으로 말해서, 그들 종교는 중대한 결함 속에 있다”(22항) 단정지었다. 이런 태도에 대해 엘리자베스 존슨은 “그 종교들이 ‘하느님에게서 비롯된’ 요소들을 지닌다고 하면서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하느님을 모욕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물었다. 결국 이 선언은 타종교에 심각한 상처를 주었다.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