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개혁, 정직하고 겸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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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혁, 정직하고 겸손하게
  • 토머스 머튼
  • 승인 2023.12.25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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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머튼의 삶과 거룩함

그리스도인은 진리와 하느님 교회의 영광을 지키기 위한 진지하고 겸손한 근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교회의 오류를 수정하는 일에 나서더라도 경솔하고 반항적인 열성에 빠져들어서는 안된다. 교만함은 절대 은총의 징표가 될 수 없다.

성 베드로 다미안은 11세기 교회 안의 매우 심한 악습에 격분한 수도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거룩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이는 무엇보다 하느님 앞에서 거룩해야 하며, 약점을 지닌 자신의 형제들 앞에서 교만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 성인은 전체 그리스도인들에게 독단적이고 일반적으로 가해지는 엄중한 벌칙에 반대했으며 교회의 개혁이 힘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적 정신은 사랑, 겸손, 봉사의 정신이지 절대성과 힘을 방어하기 위한 폭력의 정신이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단체, 심지어 교회 내에도 악습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정직함, 겸손, 사랑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것을 숨기거나 무시해서는 안된다. 모든 사람이 한 개인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광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그것을 자신들의 내적인 삶을 위한 좋은 목적, 자신의 신앙과 순종의 정신, 교회에 대한 초자연적인 사랑을 순수하게 단련시킬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여 그렇게 이용할 수 있다.

 

사진출처=arquitecturatvblog.wordpress.com
사진출처=arquitecturatvblog.wordpress.com

 

교회개혁은 우리 자신의 희생이 필요하다

어떤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의 불완전한 모습을 직접적으로 바라볼 능력조차 없다: 그들은 그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 또한 자신들의 가슴을 비트는 번민을 피할 수는 없다. 그들은 그 번민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모를 수도 있으나, 번민은 계속된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보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에게 심각한 수치가 된다. 그들은 그 상황에 대항하고, 교회를 저주하며, 심지어 거기서 빠져 나오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그들은 자신이 그리스도적 소명의 참된 의미에 가까이 가고 있으며, 성숙한 그리스도 신자로서 요구되는 희생을 치루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 희생이란 곧 자신과 다른 이들, 그리고 그들의 가장 소중한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불완전함과 결핍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불완전함에 관한 진실과 마주하여 교회가 단지 그들에게 모든 것을 해주기 위해, 평화적이고 안전한 안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그들을 피동적으로 성화 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반대로, 이제 그들은 모든 힘을 다해 그들의 공동체에 자신을 내주어야 하며 그 안의 모든 고통에 적극적이고 관대하게 동참해야 한다. 이제 그들은 자신에게 더 이상 가치 없어 보이는 이들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

“적게 뿌리는 사람은 적게 거두고 많이 뿌리는 사람은 많이 거둡니다. 이 점을 기억하십시오. 각각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로 내야지 아까워하면서 내거나 마지못해 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내는 사람을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모든 은총을 충분히 주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언제나 모든 것을 넉넉하게 가질 수 있고 온갖 좋은 일을 얼마든지 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고린토 후서 9,6-8).

이웃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며, 특히 상황이 절망스럽고 불만족스러우며 자신의 희생이 대부분 쓸모 없는 일이 되어 버릴 때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럴 때 무엇보다도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그분은 우리의 희생을 보시고 계시며, 그것이 사람의 눈엔 비록 아무 쓸모 없고 절망스러울지라도 결실을 맺게 하실 것이다. 우리가 이 은총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진실되고 명백한 선에 눈을 뜬 것이며, 우리의 그리스도적 소명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될 것이다.

[원문출처] <Life and Holiness>, 토머스 머튼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 200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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