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 받지 않은 사람이 구원받을 수 있는가
상태바
세례 받지 않은 사람이 구원받을 수 있는가
  • 한상봉 편집장
  • 승인 2023.12.17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엘리자베스 A. 존슨의 [신은 낙원에 머물지 않는다] 강독-20
사진=한상봉
사진=한상봉

타종교와 관계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종교가 ‘진리에 대한 독점권’을 지닐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특정종교가 소유한 진리에 대한 우위성을 입증할 수 있는지, 하는 문제이다. 이것은 자기 종교에 대한 독실한 신심을 위해 타종교에 대한 비교우위를 확인해야 한다는 말인데, 이러한 논리는 그동안 전통신앙 안에서 항상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자칫 하느님을 특정종교에 제한된 분으로 여기기 때문에, 결국 불가해한 하느님의 신비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 이와 관련해 가톨릭교회는 특별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전환점으로 진전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 쟁점은 “세례 받지 않은 사람이 구원받을 수 있는가” “타종교 안에도 구원이 있는가?”하는 질문을 낳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은총의 낙관주의를 지지했다.

“비록 자기 의지에 반하여 예수의 복음과 교회를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신실하게 하느님을 구하고 은총에 영향을 받으며 양심의 명령에 따라 하느님의 계시를 알려고 노력한 사람들은 영원한 구원을 얻을 수 있다. 하느님의 섭리는 또한 아직 하느님에 대한 분명한 지식이 없지만, 은총 덕분에 선한 삶을 살려는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16항)

“이 모든 것은 크리스천뿐 아니라 그의 마음속에서 보이지 않게 일하시는 성령 가운데 선한 의지를 갖는 모든 사람에게 진리로 통한다. 그리스도가 모든 이를 위해 죽었고, 인류의 궁극적 소명은 사실상 단 하나인 하느님이기 때문에 우리는 오로지 하느님만이 아는 성령이 부활의 신비와 관련된 가능성을 모든 이에게 열어주었음을 믿어야 한다.”(현대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 22항)

“종교는 개인의 구원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인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에서는 힌두교, 불교, 무슬림, 유대교도들의 ‘심오한 종교적 감수성’에 주목하고, 그들 가르침의 역할, 삶의 규칙, 신성한 예식을 인정하면서 이렇게 선포했다.

“가톨릭교회는 이 종교들이 지닌 진리와 신성 중 그 어느 것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들의 행동방식, 규율과 가르침이 많은 측면에서 교회와 다를지라도 교회는 그런 측면을 신실한 존경심으로 바라본다. 그들 종교는 종종 모든 사람들을 밝히는 진리의 빛을 비추기 때문이다.”(2항)

따라서 가톨릭교회는 다른 종교의 영적 가치를 인정하고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려깊게 사랑을 담아 다른 종교의 구도자들과 대화하고 협력하며 크리스천의 믿음과 삶을 되돌아보며 구도자들 가운데 발견되는 영적이고 도덕적인 선뿐 아니라 그들의 사회 문화적 가치까지도 인정하고 지키며 증진시켜야 한다.”(2항)

그러나 다른 종교들이 이런 영적 가치를 지녔다 하더라도 부분적이고 일시적이므로, 결국 종교의 진실한 성취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 안에서만 이뤄진다는 입장을 취했다. 또한 이런 진리에 대한 부분적 성취, 이들 종교에 안에 깃든 하느님의 임재와 성령의 활동에 따른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회의 선교사명> 회칙에서 “성령의 임재와 활동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와 역사, 민중, 종교에 영향을 준다”(22항)고 하였으며, 하느님은 “여러 방식으로 개인들뿐 아니라 그 영적인 부요함으로 전체 민중에게 스스로를 드러내는데, 여기서 그들의 종교는 주요하고 근본적인 표현”(55항)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하느님은 모든 종교에 임재하기 때문에, 이들 종교적 실천을 통해서도 구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