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 대한 유치한 개념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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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 대한 유치한 개념에서 벗어나라
  • 토머스 머튼
  • 승인 2023.12.1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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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머튼의 삶과 거룩함

너무 왜곡된 나머지 현실적으로 거짓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교회의 가르침이나 신앙생활에 관한 억지 견해들을 받아들이려다 자칫 자신의 그리스도교 신앙 자체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가 교회에 대한 이런 종류의 의견들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접촉하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 대부분이 갖고 있는 생각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 정신에 관한 불완전한 개념에 매달릴수록 그것은 우리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신앙을 더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잃게 만든다. 그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억지도, 자기 견책도, 삼류 그리스도인들에게 맞추기 위한 잘못된 노력이 아니라, 교화와 신앙에 대한 주제를 명백하게 식별하고, 진실한 견해를 복구하는 것이다.

우리의 이상은 확실히 가장 철저한 시험을 거쳐야 한다. 우리는 이 시험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거룩함과 그리스도교적 성숙함(우리의 유치함이 빚어낸 허상을 벗어 던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에 대한 그릇된 개념을 바꾸고 새롭게 해야 할 뿐 아니라, 일생 동안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잘못된 관념들과도 부대껴야 할 것이다. 확실한 사실은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삶 속에서, 소위 말하는 그리스도교적 사회 속에서 그리고 교회 안에서도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폐단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그리스도교적 사회”라는 개념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부유하고 안전한 현대 유럽과 미국 사회는 확실히 순수한 그리스도교적 사회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의 그리스도인들은 아직까지 남아있는 전통의 흔적에 매달려, 자신들이 아직 그리스도교적 사회에 살고 있다고 믿는다.

의심할 여지없이 19세기와 20세기의 실용주의와 세속주의 정신은 일반 그리스도인들의 생각과 정신의 깊은 곳까지 침투하였다. 한편, 프랑스 혁명과 그것의 영향력에 격렬하게 대항하던 19세기의 교회가 얻은 것은 경직된 사고와 새로운 발전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은 가톨릭 신자들의 삶에서 많은 갈등과 명백한 모순을 낳았다. 의심할 여지없이 교회는 그 역사상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모든 측면에서 폐단과 양심의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언젠가는 그리스도인들의 단점들과 -다른 사람에게서든 자신에게서든간에- 맞부닥치게 되는 것은 정상적이며 필수적이다. 그리스도인이 교회의 활동을 언제 어디서나 이상적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부정직하고 불충실한 자세이다. 역사가 그 반대의 사실을 증명한다. 불행하게도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하느님과 그분 진리의 이름을 내건 채, 은밀한 방법으로 편견, 타성, 정신적인 마비 상태에 머물러 있다. 거룩함 대신 심각한 도덕적 무질서와 불의가 기세를 떨치는 경우도 물론 있다.

교회가 스스로 오류를 가르치거나, 불의를 조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믿는 사람들은 교회의 가르침과 교리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용하여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많은 오류, 부정직, 불의의 요소를 양산한다. 또한 교회 가르침의 진정한 의미를 단순히 무시해 버리고, 영성의 영역과 사회 안에서 마땅히 수호해야 할 정의와 진리를 져버린다.

[원문출처] <Life and Holiness>, 토머스 머튼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 200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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