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지혜, 거룩한 영혼을 하느님의 벗과 예언자로 이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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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지혜, 거룩한 영혼을 하느님의 벗과 예언자로 이끄는
  • 한상봉 편집장
  • 승인 2023.12.11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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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A. 존슨의 [신은 낙원에 머물지 않는다] 강독-19
Audrey Hepburn photographed by Vincent Mentzel, 1988.
Audrey Hepburn photographed by Vincent Mentzel, 1988.

그리스어로 ‘소피아’라 부르는 지혜는 적극적으로 세상에 참여하여 구원하는 하느님의 또 다른 표상이며, 여성 이미지로 사용된다. <잠언>에서, 소피아는 세상이 창조될 때부터 있었고, 세상이 창조된 것을 기뻐하며 뛰놀았다.(잠언 8,31) 그녀는 정의의 길을 걸으며, 왕은 그녀의 도움을 받아 정의롭게 통치한다.(8,15) 또한 그녀의 말씀은 영적인 성숙으로 우리를 초대하며, 끊임없는 양육을 약속한다.

구약의 <지혜서>에서 소피아는 구원하기 위해 힘을 사용한다. 이스라엘이 노예살이를 할 때,

거룩한 백성, 흠 없는 종족을 지혜는
압박자들의 나라에서 구해 내었다.
지혜는 주님을 섬기는 종의 영혼 안으로 들어가
기적과 표징들을 일으키며 무서운 임금들과 맞섰다.
거룩한 이들에게 그 노고에 맞는 상급을 주고
그들을 놀라운 길로 이끌었다.
낮에는 그들에게 그늘이 되어 주고 밤에는 별빛이 되어 주었다.
또 그들을 홍해 너머로 데려가고 깊은 물을 가로질러 인도하였다.
그들의 원수들을 물로 뒤덮었다가 깊은 바다 밑바닥에서 위로 내던져 버렸다.
그리하여 의인들이 악인들에게서 전리품을 거두고 나서
주님, 당신의 거룩한 이름을 찬송하고
자기들을 지켜 주신 당신의 손을 한마음으로 찬양하였습니다.
(지혜 10,15-20)

거룩하고 총명하고 섬세하고 융통성 있고 사람을 사랑하는 소피아의 영은 세계에 가득 스며들어 만물을 새롭게 하고, 사람들을 하느님과 예언자의 친구가 되게 한다. 빛나며 쇠하지 않는 그녀는 태양보다 아름다우며, 모든 별자리보다 더 눈부시다. 또한 악은 지혜를 이겨낼 수 없다.

지혜 안에 있는 정신은 명석하고 거룩하며 유일하고 다양하고 섬세하며
민첩하고 명료하고 청절하며 분명하고 손상될 수 없으며
선을 사랑하고 예리하며
자유롭고 자비롭고 인자하며 항구하고 확고하고 평온하며
전능하고 모든 것을 살핀다.
또 명석하고 깨끗하며 아주 섬세한 정신들을 모두 통찰한다.
지혜는 어떠한 움직임보다 재빠르고 그 순수함으로 모든 것을 통달하고 통찰한다.
지혜는 하느님 권능의 숨결이고
전능하신 분의 영광의 순전한 발산이어서 어떠한 오점도 그 안으로 기어들지 못한다.
지혜는 영원한 빛의 광채이고 하느님께서 하시는 활동의 티 없는 거울이며
하느님 선하심의 모상이다.
지혜는 혼자이면서도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자신 안에 머무르면서 모든 것을 새롭게 하며
대대로 거룩한 영혼들 안으로 들어가
그들을 하느님의 벗과 예언자로 만든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지혜와 함께 사는 사람만 사랑하신다.
지혜는 해보다 아름답고 어떠한 별자리보다 빼어나며
빛과 견주어 보아도 그보다 더 밝음을 알 수 있다.
밤은 빛을 밀어내지만 악은 지혜를 이겨 내지 못한다.
(지혜 7,22-30)

요한복음은 예수가 강생하기 전에 말씀/지혜로 계셨다고 전한다. 한편 콘스틴티노폴리스에 지은 고대의 가장 큰 성당은 그리스도와 지혜가 같은 분임을 보이기 위해 ‘하기야 소피아’(Hagia Sophia) 즉, 거룩한 지혜라고 이름 지었다.

당신은 별이 총총히 박힌 치마로 하늘을 쓸고 가며

히브리어 여성명사인 ‘루아’(ruah)라고 불리는 하느님의 영은 그리스도교 미술에서 ‘비둘기’로 그려지는데, 비둘기는 고대사회에서 사랑의 여신을 상징한다. 그녀는 산파로서 아이를 받고, 관계를 형성하며, 때를 씻어내고, 예언자에게 영감을 주고, 진리를 옹호하고, 아름다움을 일깨우고, 공동체를 창조하고, 지구의 얼굴을 새롭게 한다. 이처럼 하느님은 빵을 반죽하고(루카 13,21), 옷을 짜고(시편 139,15), 연인을 쫓는(아가) 여성으로, 새끼를 날개 그늘 아래 숨기는 어미새(시편 17,8)로 표상된다.

특별히 하느님의 모성적 이미지는 은화 열닢 가운데 읽은 동전 하나를 찾는 여인에게서 잘 나타난다.(루카 15,8-10). 또한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찾기 위해 아흔아홉마리 두고 가는 선한 목자의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밴쿠버의 한 성공회 여성 사제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이런 기도문을 적었다.

“우리의 집인 지구를 지으신 이여,
당신은 별이 총총히 박힌 치마로 하늘을 쓸고 가며,
동녘 하늘을 닦아 새날에 빛을 가져옵니다.
아기 그리스도가 탄생할 때 우리에게 오셔서
전 우주에서 당신의 충만한 구원을 발견하게 하셨습니다.
어머니, 평화의 아이, 사랑의 영
셋이자 하나이신 분이시여, 아멘.”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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