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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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치
  • 토머스 머튼
  • 승인 2023.12.04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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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머튼의 삶과 거룩함
사진출처=책저장messynessychic.com
사진출처=messynessychic.com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이익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익을 추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느님의 섭리는 우리 삶 안에서 우리가 구원의 도구가 되어 주어야 할 사람들을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우리와 접촉시킨다. 성령이 주시는 초자연적인 사랑 안에서 그리스도의 신비체 안에 있는 구성원들이 일치하기를 바라신다. 

이 일치는 살아 있으며 유기적이다. 교회는 단지 구성원들에게 외적인 일체감을 부여하는 조직 그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 각자의 존재 깊숙이 살아 있고 활동하는 삶에 의해 구성원들을 연결시킨다. 이 삶은 그리스도적 사랑이다. 그리고 그것은 신비체의 구성원들 안에서 셀 수 없는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된다.

하느님의 뜻은 그러므로 각자가 개개인의 능력에 맞고 자신의 역할과 직분에 맞게 자신의 모든 형제들에 대한 봉사와 구원에, 특히 자애의 관점에서 볼 때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투신하는 것이다. 그는 우선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부모, 자녀, 친척들과 친구들-을 사랑해야 한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결국 모든 사람들을 향하여 뻗어가야 한다.

우리의 희생을 평가하고 진단할 수 있는 규범은 자애라는 정확한 가치다. 우리가 사적인 이익을 우리 자신과 다른 이들의 구원에 도움이 되는 보편적인 선을 위해 포기한다면 우리 자신의 뜻을 희생하는 것은 필요하고 또 하느님 보시기에 만족스러운 것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희생으로 무엇을 잃었느냐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이들과 교회에 어떤 기여를 했느냐가 더 중요하게 될 것이다. 희생의 정도는 그것이 우리에게 끼친 고통의 크기가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분열의 벽을 깨는 힘, 상처를 치유하는 정도, 그리스도의 몸 안에 질서와 일치를 복원하는 힘으로 가늠할 수 있다.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거라.
멸망에 이르는 문은 크고 또 그 길이 넓어서
그리로 가는 사람이 많지만
생명에 이르는 문은 좁고 또 그 길이 험해서
그리로 찾아 드는 사람이 적다.

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양의 탈을 쓰고 너희에게 나타나지만
속에는 사나운 이리가 들어 있다.
너희는 행위를 보고 그들을 알게 될 것이다.
가시나무에서 어떻게 포도를 딸 수 있으며
엉겅퀴에서 어떻게 무화과를 딸 수 있겠느냐?
이와 같이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게 마련이다.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는
모두 찍혀 불에 던져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그 행위를 보아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나더러 '주님, 주님' 하고 부른다고
다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
(마태 7,12).

“제단에 예물을 드리려 할 때에
너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형제가 생각나거든
그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그를 찾아 가
화해하고 나서 돌아 와 예물을 드려라.
누가 너를 고소하여 그와 함께 법정으로 갈 때에는
도중에서 얼른 화해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고소하는 사람이 너를 재판관에게 넘기고
재판관은 형리에게 내 주어 감옥에 가둘 것이다.
분명히 말해 둔다.
네가 마지막 한 푼까지 다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풀려 나오지 못할 것이다”
(마태 5,23-26)

“더 이상 헛된 제물을 가져오지 말아라.
이제 제물 타는 냄새에는 구역질이 난다.
초하루와 안식일과 축제의 마감날에 모여서 하는
헛된 짓을 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너희가 지키는 초하루 행사와 축제들이
나는 정말로 싫다. 귀찮다.
이제는 참지 못하겠구나.
두 손 모아 아무리 빌어 보아라.
내가 보지 아니하리라.
너희의 손은 피투성이, 몸을 씻어 정결케 하여라.
내 앞에서 악한 행실을 버려라.
깨끗이 악에서 손을 떼어라.
착한 길을 익히고 바른 삶을 찾아라.
억눌린 자를 풀어 주고, 고아의 인권을 찾아 주며
과부를 두둔해 주어라.
야훼께서 말씀하신다, 오라, 와서 나와 시비를 가리자.
너희 죄가 진홍 같이 붉어도 눈과 같이 희어지며
너희 죄가 다홍 같이 붉어도 양털 같이 되리라”
(이사야 1,13-18).

그러므로 기본적인 원칙은 우리들이 다른 이들의 필요성과 그들을 섬겨야 한다는 의무를 자각하는데 있다. 하느님의 뜻은 우리가 이 기본적인 진리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때에 비로소 명백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 몸을 이루는 구성원이자 우리와 동일한 인생의 가치를 갖고 살아가는 다른 구성원들에 대해 중대한 의무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히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원문출처] <Life and Holiness>, 토머스 머튼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 200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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