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하느님, 가장 강력하고 친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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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하느님, 가장 강력하고 친밀한 사랑
  • 한상봉 편집장
  • 승인 2023.12.0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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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A. 존슨의 [신은 낙원에 머물지 않는다] 강독-18

성서와 그리스도교 전통은 하느님에 대한 어머니됨의 경험에 주목한다. 물론 어머니에 대한 경험이 모두 믿을만한 것은 아니다. 변덕스럽고 강박적이며 미숙하고 무서운 어머니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칫 모성숭배를 통해 여성은 자고로 자녀를 낳아 양육하는 모성애 이데올로기를 통해 여성의 삶을 엄격히 제한할 위험이 있다. 또한 모성을 강조하다보면, 아이를 낳지 않는/낳지 못하는 여성에 대한 모멸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어머니로 형상화하는 것은 하느님이 우리네 삶의 창조적 원천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아이에게 어머니는 안전과 양육, 연민과 같은 인간의 경험과 맞닿아 있으며, 하느님의 자비를 적극적으로 상기시킨다.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 49,15)

예수가 자신을 병아리를 보호하려고 날개 아래 모으는 암탉에 비유(마태 23,37)하는 것처럼, 신약에서도 하느님의 모성 이미지는 이어진다. 성서에서 자비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명사가 여성의 자궁을 뜻하는 레헴(rehem)에서 나왔고, 생명을 주는 여성의 신체가 하느님 자비를 느끼게 하는 메타포로 기능한다. 이를 두고 필리스 트리블은 자비와 자궁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랑이란 이기심 없는 생명에의 참여라는 것을 보여준다. 자궁은 보호하고 키우지만,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않는다. 자궁은 보물과 같은 생명을 낳아 온전함과 행복이 충만하게 한다. 참으로 이것이 자비의 길이다.”

결국 전쟁이 그치지 않는 이 세상에서 이러한 메타포들은 죄로 병든 이들의 행복을 도모하는 하느님의 돌봄을 잘 드러낸다. 샐리 맥페이그는 어머니됨을 다음 세 가지로 표현한다.

첫째, 어머니는 타자에게 생명의 선물을 준다. 생명이 태어나면 “네가 있어서 참 좋구나!”라며 기뻐한다.
둘째, 모성애는 태어난 생명을 양육한다.
셋째, 모성애는 자녀들이 충만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며, 그들에게 해가 되는 것은 무엇이든 막아선다. 좋은 부성애도 그와 같다.

결국 부모의 사랑은 계산하지 않는 가장 강력하고 친밀한 사랑이다. 특히 출산과 수유와 양육의 측면에서 여성의 몸이 갖는 역할은 남성의 몸으로 대체될 수 없기 때문에 하느님의 자비를 이해하는데 특별한 울림을 준다.

여성신학자들은 어머니-하느님(mother-God)이 가장 약한 자녀들을 각별히 대하는 강력한 모성 본능의 표현이라며, 이렇게 발설한다.

“인간이 서로에게 폭력을 가하고, 가난한 자를 멸시하며, 불의한 나눔의 구조 때문에 가난한 이들이 늘어나고, 지구의 생태적 지속을 붕괴시킬 때, 어머니가 어린 자녀를 지키기 위하여 이렇듯 하느님의 모성애가 발휘되어 약자를 지키고, 정의를 추구하며, 상처를 치유한다. 호세아서에 나오는 새끼 잃은 곰처럼 어머니 하느님은 자식들을 위해 박차고 일어서며 심지어 적들의 가슴을 찢어버린다.(호세 13,8) 이처럼 모성적 메타포 안에는 하느님의 분노가 녹아 있다.”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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