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흙길을, 죽어 불길을
-닐숨 박춘식
혼이 떠나면
사체(死體)의 온도는 차갑게 떨어집니다
그 섬뜩한 냉기가
흙의 푸근함을 안방처럼 느끼는 그날
자연의 한 부분인 정적(靜寂)으로 변합니다
그러나
납골당의 영들에게는
950도 또는 1,000도의 열기로
심장까지 태우는 불길을 걷습니다
‘불길이 제단에서 하늘로 치솟는데
야훼의 천사가
그 불길을 타고 올라가는 것이었다.’*
가마 불길의 연기로 솟구치며
흙으로 흙을 껴안는 먼지로 솟아오르며
하늘 찬가(讚歌)를 뜨겁게 부릅니다
두 손을 휘두르며,
<출처>닐숨의 미발표 시(2023년 11월 20일 월요일)
* 공동번역 성서; 판관 13장 20절
저작권자 © 가톨릭일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