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이선균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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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이선균만이 아니다
  • 최태선
  • 승인 2023.10.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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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선 칼럼
SBS뉴스 동영상 캡처
SBS뉴스 동영상 캡처

영화 기생충으로 유명해지고, 비싼 배우가 된 이선균이 마약복용으로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고 있다. 그는 참 순진하게 생겼고, 목소리도 구수하다. 어느 리얼리티 프로에 우연히 출연하게 된 그의 모습은 그의 이미지대로 따뜻하고 자상했다. 그런데 그런 그가 갑자기 마약 복용으로 입건이 되고 그가 마약을 일삼게 된 것이 강남의 G업소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업소는 이른바 ‘텐프로’로 불리는 멤버십 회원제로 운영되는 고급 유흥업소다.

아주 오래 전 나는 강남 룸살롱에 드나들던 때가 있었다. 나와 가장 친한 사람이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G업소라는 곳을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드나들었던 룸살롱은 회원제가 아니었다. 사실 그때도 그런 회원제 룸살롱이 있었다. 그런 곳은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회원제는 아니었지만 그런 룸살롱을 가보았던 것이 내 신앙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곳을 드나들 때 나는 모든 미인들은 지하에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곳의 모든 여종업원들은 거의 모두가 탤런트 뺨치는 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들이 들어오면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여자들과 술을 마시는 일보다 즐거운 일은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내가 그런 곳엘 드나들지 않게 된 정확한 이유는 더 이상 내가 만나던 사람과 만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가난해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내가 목사라는 사실도 어느 정도 그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내가 큰 교회 목사가 되어 큰돈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면 나는 과거의 습관을 따라 룸살롱엘 다시 갔을 수도 있다.

큰 사찰이나 높은 지위의 승려들이 룸살롱에 드나들고 도박을 했다는 기사를 나는 이해한다. 내가 알던 신부도 룸살롱에 드나들었다. 그는 그것 역시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가장 잘 놀던 사람은 바로 그 신부였다. 수행자는 물론 누구도 그런 환락을 마다하기 어렵다. 어쩌면 수행자들은 더 그런 유혹에 취약할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종교가 청빈을 기본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선균은 촬영하면 회당 2억 원을 받는다고 한다. 드라마 한 편을 찍으면 최소 수십억 원을 벌 수 있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결국 마약과 유흥이다. 언젠가 그런 일로 문제가 된 재벌 2세가 한 말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여자(남자)보다 재미있는 것이 있으면 말 해봐라.”

사람들이 마약을 하게 되는 이유는 그것이 쾌락을 증폭시켜주기 때문이다. 한 번 그 맛을 보면 그것을 마다할 수 없다. 그리고 몇 번 마약을 하게 되면 이내 중독이 되게 된다. 그렇게 중독이 되면 더 이상 빠져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이선균이 특별히 나쁜 사람이었기 때문에 마약을 하고 1% 회원제 룸살롱을 드나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누구라도 자신이 1%라는 사실을 즐길 수밖에 없다.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인식이야말로 인간이 가장 원하는 최상의 쾌락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1%의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은밀한 그 큰 특권을 마다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런 일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이솝우화에 나오는 어리석은 파리를 생각하게 된다. 꿀단지를 발견한 파리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꿀이 온 몸에 묻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파리가 왜 몰랐겠는가. 그래서 조심, 조심 꿀을 먹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온 몸은 꿀에 잠겨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파리는 그곳에서 죽어야 했다. 죽어가는 파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런 우화가 있는 것은 사람들의 경종을 울리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이런 파리의 이야기를 경종으로 듣지 않는다. 오늘날 사람들은 파리의 슬픈 이야기를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파리의 이야기로 듣는다. 그 이유는 맘몬의 유혹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다. 이기심을 선으로 조장하고, 이기심의 추구야말로 인생의 목표라는 맘몬교의 복음을 사람들이 받아드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년들은 기꺼이 ‘카푸어’가 되고, 미국 사람들처럼 들어올 수입을 미리 다 써버리는 카드사용자(빚쟁이)들이 된다.

오늘날 한국이 출생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가 된 것은 오늘날 한국의 미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기는 곧 미래다. 미래가 없는 곳에서 사람들은 가장 먼저 아이를 낳지 않게 된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미래가 없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게 되겠는가.

나는 중년의 등산객들이 눈 따가운 행동(무차별 구애)으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젊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지적하자 중년의 사람들이 젊은이들의 행태를 지적했다. 그런 젊은이들이 늙으면 중년의 등산객들처럼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이나 중년들만 그런가. 아니다. 나는 십대들이 홍대에서 몸을 팔아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산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런 십대들의 고객 가운데 노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 그런 것이다.

오래 전에 읽었던 리차드 포스터의 책 제목이 새삼스러워진다. <돈, 권력, 섹스>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그리스도교는 그리스도교가 아니다. 다른 모든 종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들은 언제나 짝을 이룬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가난이다. 사치와 허영심과 쾌락은 자아를 부풀게 하고 영혼을 썩게 만든다.

이선균의 성공이 돈을 불러 모아 그의 자아를 부풀리고 영혼을 썩게 만들었다.

이것은 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라도 일용할 양식 이상의 소유를 가진 사람들은 이미 멸망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극단적인 내 주장이 아니다. 또 아무리 가난해도 부자가 되고픈 열망을 지닌 것만으로도 이미 그 사람은 멸망의 길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성서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입니다. 돈을 좇다가, 믿음에서 떠나 헤매기도 하고, 많은 고통을 겪기도 한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사람들은 돈을 좇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스도교 신앙이란 여기에 저항하는 것이다. 단순히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일상 속에서 돈을 미워하는 삶을 살아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이 그리스도인인지를 구분하기 위해 그 사람이 얼마나 가난하게 살고 있는가를 보라는 것이다.

아직도 사람들의 존경을 많이 받고 있는 김수환 추기경은 자신이 사제가 되었기 때문에 가난하게 살 수 없었노라고 자신의 한계를 고백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그런 고백을 할 수 있는 김수환 추기경이야말로 훌륭한 신앙인이라고 더욱 존경을 표한다.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달았다면 사제의 자리를 떠나야 했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사제의 목적이 무엇인가. 신앙인의 목적이 무엇인가. 그것을 안다면 그는 가난해질 수 있는 길을 택해야 했다.

차제에 이선균과 이솝우화의 꿀단지에 빠진 파리를 묵상해보라. 그리고 꿀단지에 빠져 죽는 것이 자신의 인생의 목표가 아닌지를 솔직하게 판단하라. 그래서 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가난을 택할 수 없다면 괜히 신앙 때문에 머뭇거리지 말고 차라리 신앙을 버리고 돈을 좇아 부담 없이 편하게 즐기는 삶을 살라고 말한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곧 돈의 문제이다.

가난의 길은 1%의 1%만이 갈 수 있는 영광의 길이다!

 

최태선
하느님 나라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55년생 개신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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