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은 본성을 치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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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은 본성을 치유한다
  • 토머스 머튼
  • 승인 2023.10.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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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머튼의 삶과 거룩함

거룩함은 그리스도교적 교육으로 형성된 정상적인 지성, 보통의 인간적인 의지, 자신을 헌신하고 봉헌할 수 있는 훈련된 자유를 전제로 할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건전하고 질서 정연한 인간의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은총은 본능을 억압이 아니라 치유, 그리고 그것을 영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인간의 본성 위에 건설된다.

그리스도인의 삶 안에 건강하고 본능적인 자발성은 항상 존재해야 한다. 사람의 감성과 본능은 우리 주 그리스도의 거룩한 인간성 안에서도 활동했다: 그분은 모든 일에 섬세하고 따뜻하고 응답적인 인간됨됨이를 보여주었다. 주님을 본받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자신의 감정을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조정하려고 해서는 안되며(많은 경우 그의 노력은 허사로 돌아갈 것이다) 오히려 은총이 자애로운 활동 안에서 그의 정서 생활을 형성하고 계발하도록 해야 한다.

예수는 바리사이들에게 물었다: “서로 영광을 주고받는 사람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요한 5,44) 다른 사람들의 눈에 영웅적으로 보이는 덕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자신의 믿음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성인은 자신이 거룩하다는 것을 확신하는 사람이 아니고, 하느님, 그리고 하느님 한 분만이, 거룩하다는 사실에 압도되고 승복하는 사람이다. 그는 하느님의 거룩함의 실체에 두려움을 느껴 모든 것 안에서 그것을 보게 된다. 그는 그 거룩함을 자신 안에서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안에서 거룩함을 확실히 가장 마지막에 보게 될 것이니, 그 이유는 자신 안에서 끊임없이 무(無), 자기중심적인 성향과 죄라는 거짓된 실체를 경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 안에 있는 악의 어둠에까지도 거룩한 구세주의 현존과 자비의 빛은 비춘다. 성인은, 도스토옙스키가 말했듯이, 다른 이들의 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사랑한다. 그는 모든 사물과 사람들이 하느님 연민의 대상임을 볼 수 있다.

성인은 또한 자신의 영광이 아닌 하느님의 영광을 추구한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모든 것 안에서 영광을 받기 위해, 하느님의 거룩한 의지의 도구가 되기를 열망한다. 그는 다만 자신이 하느님의 자비를 세상에 통과시키는 창이 되기를 원할 뿐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 그는 거룩해지려고 한다. 그는 덕스럽고 거룩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하느님의 선함이 흐려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영웅적인 덕행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추구하는 사람이 바로 하느님의 은총의 도우심으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 같이”(마태오 5,48) 사랑 안에서 완전해지는 것이다.

 

[원문출처] <Life and Holiness>, 토머스 머튼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 200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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