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여! 입시에 정신 빼앗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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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여! 입시에 정신 빼앗기지 말자
  • 박병상
  • 승인 2023.10.1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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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상 칼럼
사진출처=thisiscolossal.com
사진출처=thisiscolossal.com

2022년 12월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인간은 자연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자멸과 같다.”라고 연설했다. 현재의 추세로 “사람과 가축이 야생동물의 서식지와 서식공간을 빼앗으면 더 많은 바이러스와 질병이 동물에서 옮겨올 것”으로 예견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젊은이에게 코로나19가 물러나면 “새로운 일상”을 열어달라고 당부했다.

탐욕스러운 화석연료 과소비는 80억으로 늘어난 인간사회에 코로나19를 불러들였다. 잘 사는 국가의 발 빠른 조처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건강한 사람의 생명은 위협하지 않고 물러날 모양인데, 사람들의 화석연료 소비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전기, 수소, 원자력으로 이름을 바꾼 에너지는 기후위기를 오히려 부추길 것이다. 생태계는 복원되지 않으니 감염병은 새롭게 나타나 날 수 있다. 미래세대는 한층 위험해질 것이다.

미래학자는 현재 잘 나가는 직업 중 80%가 사라질 거라 예견한다. 스스로 판단해 자동으로 움직이는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으로 예측지만, 전염병과 기후학자는 전혀 다른 예측을 내놓는다. 에너지와 기후위기로 해안에 자리한 도시와 농토가 물에 잠기고 세계를 연결하던 농산물 공급망에 차질이 생긴다면 인류는 경험하지 못한 재앙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늦지 않게 모색해야 할 대안은 무엇일까?

청년의 내일을 건강하게 안내해야 할 교육은 어떤가? 대학입시에 매진하는 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도 타성과 관성에 젖었다. 사라질 직업에 대비하는 고민이 부족하니 청년에게 대안을 제안하지 못한다. 대학이 직업학교는 아니지만, 졸업생이 전공에 맞는 직장을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니 코로나19로 2020년대를 우울하게 시작한 청소년들이여. 무기력할 이유가 없다. 내일을 스스로 만들면 어떤가.

위기로 치닫는 기후변화의 실상을 마주한 유엔 사무총장은 “협력할지, 멸종할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세계 각국에 경각심을 요구한 것인데,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주요국의 관심은 기후위기가 아니다. 시민사회의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지만, 머지않아 상항이 바뀔 것이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기상이변을 번번이 무시할 수 없지 않은가.

화석연료 과소비로 잘살아온 국가의 정상, 그리고 기업인을 향해 청년의 “미래를 빼앗지 말라!”고 쏘아붙이고 “타오르는 지구의 불을 끄는데 당장 행동하라!” 요구해온 청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행동은 스웨덴을 넘어 세계의 청년에게 전파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많은 청년단체가 탄생해 절박한 마음으로 행동한다.

위도가 높을수록 기후위기는 가깝게 다가오고, 온실가스 배출을 전혀 줄이지 못하는 우리나라도 위태로운 건 마찬가지다. 뜨거운 행동으로 일제와 군사독재정권에 저항했던 우리 청년의 행동과 목소리는 매우 진지하다. 얼마 전 이 땅의 청년은 연행을 무릅쓰고 완공을 앞둔 국내 최대 규모의 삼척화력발전소 시험가동을 몸으로 막는 직접행동에 나섰다.

모교 출신에 법조인이 유난히 많다고 자랑하는 어떤 정치인은 광우병이 의심되는 쇠고기의 수입을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하는 ‘촛불소녀’를 쓸모없는 ‘날라리’라고 깎아내렸다. 그럴까? 2008년 광화문에 모인 촛불소녀는 “야간자율학습과 0교시에 지쳐 잠 못 들다, 학교 급식으로 나온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려 먼저 죽으면 경부운하에 재를 뿌려 달라!” 외쳤다. 인격 연마 없는 법조인보다 건강한 목소리였다. 촛불소녀의 행동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에 적지 않은 광우병 환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환경단체는 ‘기후변화’보다 ‘기후위기’라 말한다. 시민사회에 경각심을 전하고 싶은 마음일 텐데, 유럽인들은 ‘멸종저항’ 운동에 나선다.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미래세대기 멸종의 길로 들어갈 게 명백하지 않은가! 그들은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하는 경제성장에 저항하는 직접행동에 나섰고, 행동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유럽은 화석연료를 줄이려 앞장선다. 느긋한 우리나라보다 다급한 모습인데, 한 지역의 노력으로 효과가 나타날 수 없다. 경제성장의 달콤함에 취한 시민을 설득해 같이 행동하게 이끌 솔선수범은 무엇일까?

지난 세기의 경제학자 케네스 볼딩은 “경제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믿는 자는 미치광이이거나 경제학자”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지금은 21세기다. 불안하게 시작했더라도, 21세기는 행복한 22세기를 맞아야 한다. 코로나19를 초대한 경제성장 신화는 계속될 수 없다. 신화를 멈추게 하려면 청년의 행동이 필요하다. 2013년 프랑스 인권운동가 스테판 에셀은 96세로 숨을 거두기 전까지 청년에게 포기하지 말고 분노하고 행동하여 세상을 바꾸자고 말했다.

서슬 퍼렇던 일제와 군사독재가 물러가도록 분노했던 우리 청년에게 남은 행동이 있고, 그 의미는 작지 않다. 경제성장이라는 감언이설을 앞세우며 탐욕을 거두지 않는 기득권에 저항하는 행동은 시민단체만의 몫이 아니다. 내일을 송두리째 빼앗기기 전에 일어서야 한다. 대학입시에 정신 빼앗기지 말자.

최근 네덜란드 법정은 “탐욕스러운 경제성장이 이끈 기후위기의 파국은 정부가 책임지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하고 판결했다. 어쩌면 돌이킬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포기할 수 없다. 내일을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누리려면 석유 없어도 행복한 삶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

거듭 생각해도 대학에 기대할 게 없다. 기득권이 만든 세상을 뒤따르는 청년이라면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기대한 새로운 일상을 열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선진국 진입을 꿈꾸며 젊음을 허비한 어른도 행동할 일이 있다. 위기에 몰린 미래세대를 지키는 행동이다. 행복을 전혀 보장할 수 없는 경제성장의 길을 여전히 요구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행복은 경쟁의 승리로 구할 수 없다. 개성이 다른 청년이 누려야 할 행복은 다양하다. 자신의 길, 행복을 찾았다면 당장 누리자. 내일로 미루지 말자. 소중한 오늘을 덧없이 보내지 말자. 이웃과 생태계를 위험에 빠트리지 않는 일이 아니라면, 나이와 학력은 내일의 행복을 생각하는 행동에 장애 요소가 절대 아니다.

화석연료 과소비로 가능했던 경제성장은 생태문명의 파국을 초래했다. 경제성장을 강요하는 근대문명을 거부하자. 다양성을 이해하고 개성을 배려하는 생태문명, 재미와 감동으로 내일의 나를 안내해 보자.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60플러스기후행동 공동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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