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맘대로 활 쏘고 과녁을 그리는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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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맘대로 활 쏘고 과녁을 그리는 정권
  • 조해인 신부
  • 승인 2016.08.24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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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2일 광화문 시국미사 강론 : 조해인 신부 _ 의정부교구 사회사목국장
조해인 신부

더우시죠? 기상청에 따르면 며칠 지나면 누그러진답니다. 믿지 않으시지요? 기상청이 우리를 더 덥게 하는 것 같습니다. 한 두 번 들은 이야기가 아니지요. 기상청의 발표를 믿지는 않지만 우리 선조들이 살아오면서 체득한 절기는 확실히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입추가 지나면서 변화를 감지합니다. 더위의 최고조에 달하는 정점에 이미 가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요즘의 일들을 보면서 더위가 다 할 것처럼 이 정권이 바닥을 쳐서 끝이 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합니다.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모두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하였지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데 양궁입니다. 금메달을 딴 것이 기억에 남기보다 그 과정입니다. 240명이 6개월간 대표 선발전을 치룬답니다. 바닷가에서, 빗속에서도 경기를 한다고 합니다. 선수 1인당 쏜 화살만 4000발에 달하기도 합니다. 또한 학연·지연·추천·봐주기 등 어떤 외부 변수도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철저하게 “오직 실력뿐” 다른 요소는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런 공정성이 자리 잡아 선수들은 협회를 신뢰하고 더 열심히 운동하고, 더 강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 사회의 대표들은 어떻게 선발되었는지, 우리 사회는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국군, 국정원의 선거개입으로 대선에 영향을 주었고, 후보자 역시 이를 이용하였지요. 이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습니다. 기초가 부실하니 또한 정부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깨끗하지 않아야 임명이 되는 식이지요. 그 이후에 일어난 사건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세월호사건, 백남기 농민 사건, 역사교과서 국정화사건, 사드배치 결정과 예정지 결정 사건, 등등 이루 셀 수 없습니다. 원칙, 룰, 공정함, 투명성, 공공성, 이 모두가 의문에 처해있고, 오직 힘 있는 자들과 돈 있는 자들의 이익을 위해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오래 전에 활과 화살에 흠뻑 빠진 소년이 살았습니다. 소년은 활쏘기 학교에도 가고 열심히 연구도 하면서 어떤 목표물이라도 정확하게 맞힐 수 있는 청년으로 자라납니다. 그래서 ‘활쏘기 대회’에 나갔습니다. 막상 대회 장소에 도착하자 청년은 깜짝 놀라게 됩니다. 긴 울타리를 따라 수백 개의 과녁이 있었는데 과녁마다 정확히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누가 저렇게 과녁의 한가운데를, 그것도 수 백 번도 넘게 정확하게 맞힌 것일까 궁금해 했습니다. 그 때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자신이 그랬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건 아주 쉬워요. 먼저 화살을 모두 쏴요. 그 다음에 화살 둘레에 과녁을 그리면 돼요.”

이 이야기의 소년처럼 이 정권은 활을 쏘아대는 것 같습니다. 공주가 활을 쏘면 환관들을 비롯하여 부화뇌동하는 무리들 모두가 화살이 맞은 곳에 과녁을 그리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쏘고 열심히 그립니다. 

‘국기문란’이라는 활을 쏘면 검찰과 주변에서 거기에 맞게 과녁을 그립니다. NLL문제 때, 정윤회 사건 때, 그리고 우병우 민정수석 사건에 그렇게 활을 쏘았습니다. 위안부 합의라는 활을 쏘면 거기에 맞게 과녁을 그립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활도 있습니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을 건국절이라고 하는 활을 쏘면 주변에서 거기에 맞게 과녁을 그립니다. 헌법에 반하는 것을 쏘아대는 것이지요. 사드결정이라는, 성주를 지정하는 화살을 쏘면 거기에 맞추어 과녁을 그립니다. 세월호가 그렇고, 백남기 농민의 사건이 그렇게 모두가 과녁을 그리기에 바쁩니다. 요즘 우리가 사는 이 정권의 활쏘기입니다. 원칙과 룰이 작동을 해야 투명해지는데 그것이 아닌 것이지요.  

사진=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우리 기도회의 주제가 무엇이지요? “신종 쿠데타 / 신유신독재 타파를 위한 시국기도회”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정부가 쏘아대는 화살을 보면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국민은 없습니다. 정부를 믿으라고만 하고 소통은 없습니다. 내가 쏘고 싶은 곳으로 쏜 화살이 맞은 곳이 과녁인 것입니다. 과녁을 그렇게 그리는 것이지요. 무엇이 더 중요합니까. 우병우입니까, 대한민국 국민입니까? 일본입니까, 대한민국 국민입니까? 미국입니까, 대한민국 국민입니까? 정권을 위한 안보입니까, 국민을 위한 평화입니까? <곡성>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뭣이 중한디? 뭣이 중허냐고? 중요한 것도 몰름서...”

무엇이 더 중요하냐?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물음입니다. 아니, 깨닫지 못하는 이들을 꾸짖는 경고입니다. 그러면서 그들을 일컬어 불행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험한 말을 하는 이유는 뭘까요? 정리하면 지도자들이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르고 권력과 재물에 눈이 어두운 것을 경고하는 것입니다. 자기들의 권력과 재물을 위해서 사람들을 호도하고,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예로부터 백성이 하늘이라고 하였습니다. 헌법에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국민 앞에서 한 선서는 하느님을 두고 선서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두고 맹세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예수께서 경고합니다. 경고는 돌아오라는 초대이기도 합니다. 이 경고를 잘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바꾸면 다음과 같이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불행하여라. 너희 눈먼 인도자들아!
국민을 두고 한 맹세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버지를 두고 한 맹세는 지켜야 한다고, 
권력과 재물을 두고 한 맹세는 지켜야 한다고 너희는 말한다. 
어리석고 눈먼 자들아! 
무엇이 더 중요하냐? …
사실 국민을 두고 맹세하는 이는 하느님을 두고 맹세하는 것이다.”

세월호 가족들이 사생결단식을 시작했습니다. 백남기 농민을 위해서 농민들도 단식을 합니다. 민의가 표현되어 여소야대가 되어도 세월호의 진실, 백남기 농민의 사건 전말을 밝히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김천에서는 촛불이 올랐습니다. 또한 위안부 할머니들은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없어 눈을 부릅뜨고 있습니다. 민의를 듣고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불행하여라! 이 눈먼 자들아!”
 

조해인 신부 _ 의정부교구 사회사목국장

<출처/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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